'옷 바꿔 입은' 고종수-이관우, '로맨티스트 옷' 입을까?
OSEN 기자
발행 2007.10.13 14: 32

지난 2000년 11월 25일 로마에 위치한 스타디오 올림피코. AS 로마의 스트라이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는 후반 38분 멋진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이 골은 이날 경기의 결승골이었고 경기장을 가득 채운 로마노들의 엄청난 환호와 함께 '바티골' 을 외쳤다. 그러나 정작 골을 넣은 바티스투타는 고개를 묵묵히 숙인 채 자기 진영으로 걸어갔다. 동료들이 모두 그를 안으며 축하해주었지만 바티스투타는 눈물을 훔쳐야만 했다. 골을 넣은 상대가 자신이 10년간 활약했던 전 소속팀 피오렌티나였기 때문이다. 이 모습은 바티스투타를 '그라운드의 로맨티스트' 로 만들었다. 어쩌면 이 모습을 오는 14일 벌어지는 K리그 최종전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대전과 수원이 마지막 승부를 펼치는 '퍼플 아레나(대전 월드컵 경기장)' 에서…. 수원의 이관우에게 대전은 특별하다. 바로 자신의 청춘을 다 바친 클럽이기 때문. 이관우는 2000년 대전에 입단해 2006년 7월 수원으로 이적하기까지 6시즌 반을 대전에서 보냈다. 대전이라는 가난한 시민구단에서 성한수, 공오균, 김은중 등과 함께 시간을 보낸 그는 팀에 2001년 FA컵 우승 트로피를 안기기도 했다. 총 165경기 출전에 25골 21도움을 기록한 이관우는 대전에게 막대한 이적료를 안겨주고 수원으로 둥지를 옮겼다. 대전 역시 팀의 자립을 위해 맨 마지막으로 이관우를 판 것. 그는 이적하면서도 대전과 팬들에게 "사랑해주신 것에 감사하다" 며 진정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관우에게 이번 경기는 이적 후 두 번째 퍼플 아레나 방문이다. 첫 번째는 지난 4월말 삼성 하우젠컵 경기였다. 당시 이관우는 전반 42분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친정팀을 가슴 아프게 했다. 그는 후반 16분 교체 아웃됐다. 이번 두 번째 방문에서 이관우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또한 친정팬들에게 어떻게 인사할지 주목된다. 이관우와는 반대로 고종수의 친정팀은 수원이다. 96년 수원의 창단 멤버로 수원에 입단한 고종수는 2003년을 제외하고 2004년까지 8년간 수원에서 뛰었다. 그는 수원에서 128경기에 출전해 32골 32도움을 기록했다. 2004년 시즌 후 수원에서 방출된 그는 전남을 거쳐 2007년 대전에 정착했다. 전반기 내내 재기를 꿈꾸던 고종수는 후반기 들어 영입된 은사 김호 감독의 신임 아래 9경기에 출전해 1골 1도움으로 제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고종수에게 수원은 애증의 대상이다. 화려한 시즌을 보내기도 했지만 김호 감독이 물러난 이후 부상, 슬럼프 등으로 자신을 방출한 팀이기 때문이다. 고종수는 14일 경기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수원과의 옛 정정도 소중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해 친정팀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그가 최근 골과 도움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친정팀을 상대로 공격포인트 기록한다면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물론 지난 2000년 바티스투타가 보여준 모습을 K리그에서 다시 보고자 하는 것은 어리석은 희망일 수도 있다. 또한 실현될 가능성도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K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여러 가지 이슈들 중에서 의문을 품고 '만약 이렇다면 어떨까?' 라는 상상을 하는 것도 K리그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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