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두산과 한화가 14일부터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지난 2005년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 바 있는 두 팀은 2년 만에 다시 똑같은 위치에서 리턴매치를 벌이게 됐다. 2년 전 플레이오프에서 3전 전승으로 한화를 가볍게 격파한 두산은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도 한화에 11승7패로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한화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올 시즌 상대전적 8승10패로 열세를 보인 삼성을 꺾었다. 단기전에서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 절대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두산과 한화의 플레이오프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① 두산의 기동력, 한화의 저지력 두산과 한화의 가장 대비되는 점은 역시 기동력이다. 두산은 올 시즌 팀 도루(161개) 및 3루타(32개)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달리는 야구를 구사하는 팀이다. 반면 한화는 팀 도루가 48개로 최하위였으며 도루시도 횟수도 69회로 8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한 시즌 30도루 이상 기록한 선수를 3명(이종욱·고영민·민병헌)이나 보유하고 있는 두산은 이 같은 강점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 작은 부분부터 상대의 빈 틈까지 낱낱이 공략하는 단기전에서 빠른 발은 상대를 오그라들게 만들 수 있는 날카로운 무기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두산의 발야구는 이제 궤도에 오를 대로 올랐다. 그러나 문제는 상대가 한화라는 점이다. 지난해 도루저지율 최하위(0.241)였던 한화는 올 시즌 당당히 도루저지율 4위(0.326)로 발돋움했다. 도루저지 횟수는 59회로 전체 1위다. 그 중심에 바로 주전포수 중 도루저지율 2위(0.374)를 차지한 신경현이 자리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에서도 한화의 포수들은 두산의 주자들을 효과적으로 잡아냈다. 전체 1위를 차지한 도루성공수는 물론 도루성공률(73.2%)에서도 2위였던 두산은 한화전에서는 43차례 시도에 31차례 성공했다. 성공률 72.1%. 하지만 두산의 기동력은 비단 도루에만 그치지 않는다. ‘두산 육상부’의 과감한 베이스러닝을 한화 수비진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느냐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② 줄어드는 홈런, 확실한 득점루트 페넌트레이스 때 두 팀의 대결에서는 상대적으로 장타가 줄어든 경향이 짙었다. 특히 한화가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올 시즌 두산전 장타율(0.347)이 시즌 장타율(0.375)보다 크게 낮았다. 홈런도 11개밖에 되지 않았다. 마지막 맞대결에서 나온 3홈런을 빼면 잠실 두산전 8경기에서 홈런이 2개에 불과했다. 잠실구장에서 1·2·5차전이 열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처럼 결정적인 큰 것 한 방이 승부를 좌우할 가능성은 보다 낮아진다. 그만큼 확실한 득점루트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 밖에 없다. 두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화전에서 홈런이 12개가 있었지만 그 중 7개가 대전구장에서 나온 홈런이었다. 두산이나 한화나 모두 세세한 작전야구와는 거리가 있는 팀들이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예부터 빅볼을 지향했고, 과거 OB 및 두산 시절 김인식 감독 밑에서 배터리코치로 몸을 담았던 두산 김경문 감독도 그 영향을 받았는지 작전보다는 선수들에게 맡기는 스타일이다. 두산은 희생번트가 68개로 가장 적었고, 한화는 희생타가 114개로 가장 적었다. 스몰볼을 펼치는 팀들에 비해 득점루트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2년 전 플레이오프에서 적극적인 희생번트와 작전을 구사하는 ‘이기는 야구’로 한화의 혼을 뺀 전력이 있다. 물론 미디어데이에서 김 감독은 공격적이고 화끈한 야구를 주창했지만 확실한 한 점이 중요한 단기전에서는 달라질 여지가 충분하다. 이는 김인식 감독의 한화도 마찬가지다. ③ 막강한 선발진, 선취점의 중요성 한화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는 이른바 ‘선취점 쟁탈전’이었다. 1차전부터 3차전까지 모두 선취점을 얻은 팀이 승리를 가져갔다. 두산과 한화의 플레이오프도 역시 선취점이 승부의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형적인 빅볼을 추구하는 양 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점수가 뒤집어지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 18차례 맞대결에서 역전 경기는 8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머지 10차례는 선취점을 낸 팀에서 끝까지 리드 점수를 지키고 간 일방적인 경기였다. 두 팀 모두 불펜이 그리 강한 편이 되지 못하지만, 포스트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뒷문 단속은 더욱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산은 1차전 선발 다니엘 리오스에 이어 2차전에서는 맷 랜들이 선발로 나설 것이 유력시된다. 리오스는 한화전 4경기에 선발등판, 30이닝을 던져 3승1패 방어율 1.80을 기록했다. 4경기에서 7이닝을 기본으로 던졌다. 랜들도 4경기에 선발 등판해 25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1패 방어율 2.10을 마크했다. 랜들도 컨디션 점검이 주목적이었던 마지막 경기를 뺀 나머지 3경기에서 7·7·6⅔이닝씩 던졌다. 한화로서는 경기 초반 리드 점수를 잡지 못하면 끌려다닐 수도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수치다. 페넌트레이스서 한화는 처음부터 리드 당하다 패한 경우가 무려 8차례나 됐다. 두산도 한화의 선발진을 초반에 공략하지 못하면 힘들 것이 자명하지만 준플레이오프 총력전 여파로 한화 선발진이 헝클어졌다는 점이 호재다. ④ 빅볼, 얼마나 실현될 수 있는가 두산 김경문 감독은 지난 13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4점으로 막고 5점을 내는 것이 내 야구”라며 플레이오프에서도 빅볼을 구사할 것임을 밝혔다. 김 감독은 웬만하면 희생번트를 대지 않고 불도저처럼 강공으로 밀어붙이기로 유명하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짜내는 야구도 불사하지 않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타자들에게 맡긴다. 두산은 이종욱-김현수로 이어지는 안정된 테이블세터진에 고영민-김동주-최준석-안경현-홍성흔 등으로 구성된 중심타선이 막강하다. 페넌트레이스 한화전에서 이종욱은 타율 3할6푼9리·11도루, 김현수는 타율 3할1푼4리로 테이블세터로 만점활약을 했다. 4번 김동주도 타율 3할5푼1리·2홈런·11타점으로 활약했다. 게다가 최준석은 타율은 2할7푼4리지만 4홈런·15타점에 결승타만 3개를 치며 한화전 해결사 노릇을 완벽하게 해냈고, 고영민·홍성흔·채상병도 2홈런씩 때려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출루율이다. 올 시즌 두산은 출루율 부문 2위(0.343)에 올랐고, 한화전 출루율(0.349)도 좋다.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타자들이 집중력을 발휘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이종욱·고영민·민병헌 같이 발 빠른 선수들이 주자로 나가면 상대 배터리는 타자와의 승부에 온힘을 쏟을 수 없기 마련이다. 상대를 가랑비에 젖게 만드는 것이 바로 두산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반대로 한화는 시즌 출루율(0.342)은 3위지만, 두산전 출루율(0.320)은 형편없다. 그래도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볼넷(505개)을 얻어낸 인내심이 강점이라 할 만하다. 두산전에서는 제이콥 크루즈가 타율 2할7푼3리·3홈런·14타점을 기록했고 김민재가 3할1푼9리·2홈런·11타점으로 활약했다. 김태균은 타율 2할8푼8리를 쳤지만 1홈런·5타점으로 두산전에서만큼은 교타자였다. 그나마 ‘준플레이오프의 사나이’ 이범호가 타율은 2할3푼6리에 그쳤지만 3홈런·6타점으로 거포 본능을 발휘했다. ⑤ 마운드 히든카드, 이승학과 류현진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는 확실한 선발 에이스만큼이나 불펜 에이스의 활약도 더없이 중요하다. 불펜의 ‘최후 보루’라 할 수 있는 마무리 카드는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최우선으로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면에서 마무리 앞에서 급한 불을 끄고, 승리에 디딤돌을 놓는 프라이머리 셋업맨은 마운드 운용의 히든카드라 할 수 있다. 두산에서는 페넌트레이스 막판부터 ‘복귀 해외파’ 이승학을 포스트시즌 때 불펜 요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일찌감치 내비쳤다. 그리고 한화에서는 ‘괴물’ 류현진을 플레이오프에서 셋업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황에 따라 선발투수들이 조기에 무너질 경우에는 이들이 롱릴리프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 이승학은 후반기만 놓고 볼 때 실질적으로 두산에서 리오스 다음 가는 투수였다. 후반기 15경기에서 43이닝을 던지며 5승1패 방어율 2.09라는 수준급 성적을 냈다. 특히 선발로 등판한 6경기에서 32⅔이닝, 4승1패 방어율 2.48로 활약했다. 2선발 랜들의 팔꿈치 상태가 완벽하지 않고, 3선발로 내정된 김명제가 들쭉날쭉한 피칭의 대명사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승학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류현진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사흘 간격으로 무려 10이닝-183구를 소화한 류현진을 김인식 감독은 불펜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준플레이오프 여파가 가장 크지만,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문동환을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시키며 마운드 운용에 숨통을 틔운 효과를 다시 보겠다는 의중도 있다. 문제는 류현진의 등판간격과 투입시기. 송진우-구대성이라는 전설의 왼손 듀오와 안영명이라는 믿음직한 젊은 피가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김인식 감독의 눈에는 류현진만 보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