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연이 필요없었던 승부. 서로 반드시 이겨야 했던 한판. 오래전부터 관심을 끌어온 대전 시티즌과 수원 삼성의 맞대결이 1-0 대전의 승리로 끝났다. 14일 오후 3시 대전의 홈구장 퍼플 아레나에서 열린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대전이 기적의 6강을 이뤄냈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 축구팬들을 더욱 들뜨게 하는 요소는 따로 있었다. 바로 대전이 자랑하는 ‘귀환한 천재’ 고종수(29)와 수원의 ‘시리우스’ 이관우(29)의 공격형 미드필드 대결. 중원에서 펼쳐진 동갑내기 슈퍼 스타들의 빅뱅에 대전벌을 찾은 관중들은 흥분의 도가니로 흠뻑 빠져들었다. 서로의 인연이 묘했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십수년째 우정을 쌓아온 고종수와 이관우는 불과 3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지난 1996년 창단 멤버로 수원에 입단한 고종수는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 머문 2003년을 제외하고 2004년까지 수원벌을 누볐고, 이관우는 2000년부터 작년까지 대전을 대표하는 스타로 명성을 떨쳤다. 당시에는 고종수가 다소 우위를 점했던 게 사실. 대전이 워낙 약체인지라 유일하게 돋보인 선수였던 이관우는 상대의 집중 견제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팀의 운명을 짊어진 이날 경기는 달랐다. 고종수도 이관우도 서로의 자존심을 걸고 최선을 다했다. 둘은 나란히 공수에서 화끈한 플레이를 과시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어느 한 명이 뛰어난 패스나 프리킥으로 공격을 시도하면 곧바로 다른 한 명이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반격했고, 엎치락 뒷치락 팽팽한 흐름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이어갔다. 스코어에선 대전이 1-0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중원 대혈전을 벌인 고종수와 이관우의 실력만큼은 딱히 누가 우세하다 평가를 내릴 수 없을만큼 백중세였다. 모두가 승자. 부딪히고 넘어지며 치열한 승부를 벌이다가도 곧바로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고 악수를 청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여운을 남겼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