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비록 1차전은 대패했지만 큰 소득도 있었다. 14일 두산과의 잠실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0-8로 완패한 한화는 그러나 2년차 ‘기대주’ 유원상(21)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소득을 얻었다. 이날 선발 최영필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2회말 구원 등판한 유원상은 4⅓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으로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는 인상적인 피칭을 펼쳤다. 한화는 선발 최영필이 1⅔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2실점하며 급격히 흔들리자 유원상을 긴급투입했다. 올 포스트시즌에서 사실상 패전처리조였던 유원상이었지만, 김인식 감독은 승부의 추가 기울어지지 않은 경기 초반부터 유원상을 올렸다. 투수진이 바닥난 만큼 1차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었고 젊은 투수의 가능성을 큰 경기에서 확인해보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실제로 김인식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마친 후 유원상·정민혁 같은 가능성 있는 젋은 투수들을 높이 평가했다. 당시 경기에서 유원상은 4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 2⅓이닝 3피안타 2탈삼진 2실점으로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포스트시즌 생애 두 번째 등판을 가진 유원상은 승부가 기울어졌던 데뷔전과는 달리 다소 타이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0-2로 뒤진 2회말 2사 1루에서 등판한 유원상은 첫 타자 김현수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다음 타자 고영민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2루 땅볼로 처리하며 위기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쾌속질주였다. 3·4회말에는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바로 다음 후속타자를 차례로 병살타로 처리했고, 5회말에는 이종욱과 김현수를 연속해 스탠딩 삼진으로 잡아내며 삼자범퇴로 위력을 보였다. 6회말에도 안타 하나를 맞았으나 병살타로 이닝을 마감했다. 4⅓이닝 동안 53구를 던진 유원상은 평균 140km대의 묵직한 직구와 각도 큰 커브로 두산 타자들을 요리했다. 특히 낮은 코스로의 안정된 제구로 땅볼을 수 차례 유도했다. 이날 13개의 아웃카운트 중 9개를 땅볼로 잡아냈고 그 중에는 3차례 병살타도 포함돼 있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포함하면 4번째 병살타 유도. 또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도 78.6%(11/14)로 수준급이었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피칭에 점점 자신감이 붙는 모습이었다. 유원상의 예상치 못한 호투는 경기 초반 두산 쪽으로 기울었던 승부를 6회까지 팽팽한 승부로 바꿔놓기도 했다. 경기 후 김인식 감독도 "유원상이 좋은 구위를 보였다. 8월부터 좋아졌는데 앞으로도 굉장히 좋아질 것이다. 류현진과 함께 팀의 좌우 에이스로 성장할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화로서는 맥없이 대패한 1차전이었지만, 유원상의 잠재력을 큰 무대에서 확인함으로써 장밋빛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물론 당장 올 포스트시즌에서도 보다 더 중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유원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