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에 물러나는 '보스' 스타인브레너
OSEN 기자
발행 2007.10.15 06: 53

[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34년만에 일선에서 물러나는 조지 스타인브레너 뉴욕 양키스 구단주는 메이저리그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괴팍하면서 다혈질 성격, 그리고 성공에 대한 강한 집념으로 똘똘 뭉친 그는 오늘날 양키스가 메이저리그 최강을 넘어 '프로 구단의 모범'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30년 오하이오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스타인브레너가 본격적으로 야구계에 발을 내딛은 시기는 1972년. 클리블랜드 지역의 선박 재벌 가문 출신인 그는 42세의 나이에 일단의 투자자 그룹을 이끌고 CBS 방송으로부터 양키스를 매입했다. 당시 매매가는 약 870만 달러. 양키스의 오너로 변신한 그는 기존 구단주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구단 경영은 물론 선수단 운영 부문에까지 일일이 간섭하면서 '행동하는 구단주'의 위상을 정립했다. 무엇보다 당시 메이저리그에 새로 도입된 FA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타 구단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 몸에 받았다. FA 도입 첫해인 1975년 당시 최대어인 캣피시 헌터를 역대 최고액인 4년 285만 달러에 끌어들인 것을 시작으로 그렉 네틀스, 크리스 챔블리스, 그리고 '미스터 10월' 레지 잭슨까지 줄줄이 뉴욕으로 호출했다. 보통 선수단 운영의 총책임자를 단장이 맡는 메이저리그 관례를 스타인브레너는 싸그리 무시했다. 자기가 원하는 선수와 감독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확보했다. 반대로 그의 뜻에 어긋나는 인물은 당장 보따리를 싸 떠나야 했다. 최근 ESPN이 미니시리즈로 제작해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된 '불타는 브롱스(The Bronx is burning)에서 묘사했듯 그는 감독이든 선수든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과는 직책을 불문하고 충돌을 일삼았다. 역시 다혈질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빌리 마틴 감독을 5번이나 해임하고 재임명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스타인브레너 부임 후 첫 4년간 보잘것 없는 성적에 그친 양키스는 1976년부터 왕년의 영화를 되찾았다. 77∼78년 월드시리즈 2연패에 6년간 5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황금기를 맞았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선 1980년대 양키스는 최악의 '10년'을 경험한다. 스타인브레너는 1982년부터 1993년까지 무려 8명의 감독을 임명했으나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며 양키스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를 지켜봐야 했다. 벅 쇼월터 감독이 진두지휘한 1994년에는 지구 1위를 차지했지만 선수 파업으로 포스트시즌이 무산되는 바람에 '무관의 제왕'에 그쳤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양키 왕조'의 시작이었다. 그해 겨울 쇼월터 대신 조 토리 전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부임하면서 양키스는 새로운 중흥기를 맞았다. 올해까지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월드시리즈 4회 우승의 영광이 찾아온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양키스의 부흥은 스타인브레너의 '침묵'과 관련이 있다. 60대에 접어든 스타인브레너는 예전과 달리 구단 운영에 대한 간섭을 줄였고, 대신 경영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단주의 눈치에서 자유로워진 선수단은 팜시스템 정비와 FA 수혈을 적절히 조화하며 90년대 최강팀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성적과 매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노린 스타인브레너는 2002년 훗날 메이저리그 구단의 나아갈 방향이 된 중요한 작업을 마무리했다. NBA 팀 뉴저지 네츠와 합작으로 YES 네트워크라는 스포츠 전문 지역 케이블채널을 설립해 미디어 업계로 진출한 것이다. 지역 방송인 MSG로부터 중계권료를 받는데 만족하지 못한 그는 양키스의 시즌 전경기를 중계하는 방송국을 설립해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다. 설립 당시 10억 달러 수준이던 YES 네트워크는 5년 만인 올해 시장 가치가 30억 달러로 뛰었다. 덩달아 YES에 '콘텐트'를 제공하는 양키스의 자산 가치도 12억 달러로 상승했다. YES의 성공과 양키스의 질주가 계속되던 최근 몇년간 스타인브레너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었다. 뜻한 바를 이루었기에 더 이상 화를 낼 이유가 없기도 했지만 고령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스타인브레너는 이번주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구단 수뇌부 회의를 주재하며 지신의 퇴장을 공식 발표한다. 이 자리에선 양키스의 부흥을 이끌어낸 토리 감독 문제도 다루어질 예정이다. 현재로선 토리가 양키스에 잔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하면 토리와 재계약은 없다"고 한 스타인브레너의 언급 때문이다. 한동안 조용했던 스타인브레너가 마지막으로 손을 댄 구단 관련 업무는 결국 '감독 자르기'인 것이다. 혈기 왕성했던 40대나 팔순을 바라보는 요즘이나 그의 성에 차지 않는 감독의 목이 달아나는 것은 변함없는 패턴이다. workhorse@osen.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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