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06년 PO 데자뷰와 6년 주기설
OSEN 기자
발행 2007.10.15 07: 43

[OSEN=이상학 객원기자]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하고 있는 두산과 한화는 각각 기동력과 파워로 대변되는 팀 컬러처럼 대조되는 면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세세하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두 팀은 빅볼을 펼치는 몇 안 되는 팀이다. 1차전에서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병살타(7개) 기록이 나온 것도 두 팀의 빅볼 성향을 잘 나타낸다. 또한 2년 만에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마주친 상황도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1차전에서는 두산이 8-0으로 대승했지만 플레이오프는 이제 막 닻을 올렸다. 무엇보다 두 팀의 지난 2년간 플레이오프를 둘러싼 데자뷰(Deja Vu)와 6년 우승 주기설의 실타래는 묘하게 얽혀있어 팬들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 2005년 플레이오프 2005년 플레이오프는 프로야구 사상 가장 싱거운 시리즈 중 하나로 기억될 만하다. 그해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 SK를 밀어내고 2위 자리를 쟁취,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한 두산은 여유있게 맞상대를 기다렸다. 당시 준플레이오프는 사상 처음으로 5전3선승제로 열렸다. 두산의 바람대로 한화는 SK와 최종 5차전까지 가는 대혈전을 치르며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천신만고 끝에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그러나 투타에서 전력을 거의 소비한 상태로 두산에게는 플레이오프 직행 프리미엄이 그 어느 때보다 클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1차전 선발로 다니엘 리오스를 내세웠다. 리오스는 8이닝 무실점으로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꽁꽁 틀어막으며 국내 무대 데뷔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따냈다. 1차전에서 4-0으로 완승한 두산은 2차전에서도 맷 랜들의 7이닝 1실점의 역투와 안경현의 투런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앞세워 6-1로 쾌승, 2연승을 거뒀다. 3차전에서도 두산은 선발 김명제의 5이닝 무실점 역투로 1-0으로 승리, 3전 전승으로 시리즈를 조기 종결했다. 당시 승리로 김명제는 포스트시즌 최연소 승리투수(18세9개월5일)라는 감투까지 안았다. 한화로서는 어쩔 수 없는 완패였다. 선발투수 정민철이 팔꿈치 통증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마운드에 총알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도 SK를 꺾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왔지만 한계가 있었다. 김인식 감독은 선발과 불펜을 넘나든 최영필을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조커로 활용하며 마운드를 탄력적으로 운용했지만 힘을 충분히 비축해 놓고 기다리고 있던 두산의 기세를 물리칠 여력이 없었다. 물론 믿었던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침묵도 한화에게는 뼈아팠다. 당시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한화 타선은 3점을 얻는 데 그쳤고, 시리즈 타율은 1할8푼1리였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이 바라는 시나리오도 바로 ‘2005년의 데자뷰’다. 올해 첫 테이프도 2005년처럼 1차전 리오스의 8이닝 무실점 쾌투였다. ▲ 2006년 플레이오프 하지만 한화에게도 좋은 징조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05년 플레이오프에서는 눈 깜짝 하는 사이에 시리즈를 그냥 내줬지만 지난해에는 달랐다. 지난해에도 한화는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쳤다. 페넌트레이스 3위로 홈어드밴티지를 갖고 준플레이오프를 임한 한화는 그러나 KIA의 공세에 고전하며 최종 3차전까지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특히 류현진을 내고도 패한 2차전이 한화에게는 유독 아쉬운 순간이었다. 다행히 한화는 3차전에서 이범호의 홈런 2방으로 KIA를 제압하고 2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현대를 만난 한화는 그러나 1차전에서부터 4-11로 완패했다. 선발 문동환이 3이닝 동안 5실점하며 와르르 무너졌고 타선도 미키 캘러웨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재박 당시 현대 감독이 공언한 대로 ‘깜짝야구’가 한화에게 펀치를 날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2차전부터 반격을 시작했다. 2차전 선발로 류현진이 아닌 정민철을 내세운 것이 그 시작이었다. 정민철은 2차전에서 장원삼과의 선발 맞대결을 벌였다.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장원삼이 한 수 위였지만 정민철은 5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는 의외의 호투를 했고 한화 타선도 김태균의 선제 투런 홈런으로 장원삼을 두들기며 4-3으로 승리,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2차전은 플레이오프 분위기 반전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초 목표대로 원정에서 1승을 챙기는 데 성공한 한화는 3차전에서 류현진을 내세워 기세를 이어갔다. 3차전에서 류현진이 5⅓이닝 3실점으로 기본치를 해내자 김인식 감독은 선발 문동환을 불펜으로 돌리는 승부수를 띄워 경기를 잡았다. 한 번 넘어온 분위기는 결국 4차전까지 이어져 한화의 1패 후 3연승으로 시리즈가 마무리됐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최종전까지 가고도 한국시리즈에 오른 팀은 지난해 한화가 처음이었다. 올해 한화가 바라는 시나리오도 바로 지난해의 복사판이다. 지난해처럼 1차전은 완패했지만 정민철이 2차전 선발로 예고돼 있는 데다 류현진을 문동환처럼 불펜의 조커로 기용하는 상황도 비슷하다. 2차전만 잡는다면 한화에게 ‘2006년의 데자뷰’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 6년 우승 주기설 두산과 한화에는 또 하나의 실타래가 얽혀 있다. 이른바 ‘6년 우승 주기설’이다. OB 시절이었던 지난 1995년에 창단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정확히 6년 뒤였던 지난 2001년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맛봤다. 6년 우승 주기설대로라면 올해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해야 할 때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약체로 평가됐지만 당당히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만큼 우승의 가능성을 한층 높여놓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1995년·2001년 두산의 우승을 이끈 사령탑이 지금은 한화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인식 감독이다. 어쩌면 6년 우승 주기설은 두산의 것이 아니라 김 감독의 것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6년 우승 주기설’이 두산이나 김 감독이나 어느 한 쪽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깨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2005년 또는 2006년 플레이오프 데자뷰 가능성과 6년 우승 주기설의 ‘진짜’ 주인이 어떻게 가려질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플레이오프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자리매김했다. 김경문-김인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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