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10월 14일은 '도하의 기적'이 재현된 날
OSEN 기자
발행 2007.10.15 08: 49

"한국 본선 진출, 일본 탈락!". 축구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돼 있는 이 격정의 코멘트. 현장 캐스터의 간절한 외침에 전 한반도가 울렁거렸고, 일본 열도는 침묵에 잠겼다. 지난 19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94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북한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3-0으로 승리한 뒤에도 기뻐할 수 없었다. 일본이 이라크를 제압하면 본선 티켓을 내줘야 했기 때문. 초조했던 시간. 한동안의 적막이 흐르고 있을 때 TV속 화면에 비쳐진 한국 벤치에서 누군가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경기 종료 불과 몇초를 남기고 이라크의 자파르가 동점골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라크가 일본과 2-2로 비기면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고, 일본의 모든 꿈도 좌절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뒤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장소만 카타르 도하가 아닌 대전 시티즌의 홈구장 퍼플 아레나로 옮겨졌을 뿐이었다. 지난 14일 오후 3시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수원 삼성의 올 시즌 K리그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대전은 후반 15분 슈바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고도 타구장 결과가 들어오지 않아 멈칫해야 했다. 기다림의 3분은 마치 3년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대구 FC가 FC 서울을 1-0으로 꺾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고, 말 그대로 퍼플 아레나는 대전 홈팬들의 함성 속에 크게 흔들렸다. 공교롭게도 14년 전후로 이뤄진 기적의 주인공은 김호 감독. 94 미국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 감독은 이번에는 대전을 맡아 한편 드라마 속 주연배우가 됐다. 이라크의 자파르는 대구의 루이지뉴. 초조하게 노트북 모니터와 시계를 번갈아가며 들여다보던 대전 프런트들도 플레이오프행이 확정되자 기쁨에 가득 차 소리를 질러댔고, 선수들은 슬라이딩 세리머니로 감격을 표현했다. 어지간해선 표정에서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김호 감독조차 "이렇기 때문에 바로 축구를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하는 것"이라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창단 10년 만에 첫 해트트릭, 첫 5연승, 첫 플레이오프 진출의 기적을 일궈낸 대전과 김호 감독에겐 2007년 10월 14일은 분명 여러 모로 의미가 있었던 하루였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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