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멜로의 톱 클래스로 꼽히는 허진호 감독이 올 가을 대형 사고를 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극장가에서 거의 외면당하다시피 했던 정통 멜로영화를 갖고서 박스오피스를 2주 연속 제패한 게 사고 내용이다. 단풍 물드는 10월에 허 감독을 행복하게 만든 영화의 제목은 바로 '행복'. 임수정 황정민을 남 녀 주연으로 기용했다. 멜로 장르에서는 남 녀 주인공의 비중이 50%를 차지한다는 게 중론일 정도로 중요하다. 임수정 황정민 커플은 현재 충무로에서 연기력으로 남 녀 배우 가운데 각각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준. 스토리 탄탄하고, 감독 연출력 뛰어나니 배우들 연기력도 당연히 살아날수 밖에. 관객들의 눈시울을 단풍처럼 붉게 물들이며 마음 속 공감을 이끌어내는 멜로 수작을 만들어내기에 넘치는 멤버였다. '행복'은 10월 3일 개천절 공휴일 개봉 때부터 흥행 선두로 기선을 제압하더니 첫 주말과 2주차(12~14)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극장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100만명 관객을 돌파한 뒤 롱런 가도에 들어섰다. 멜로 거장 허진호의 탄생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사진관 주인(한석규)과 주차단속원 아가씨(심은하)의 주위를 맴돌다가 스러지는 사랑의 풋내음만으로 그는 수많은 관객을 한숨 내쉬게 했다. 이제 한국 멜로의 고전으로 당당히 자리잡은 '8월의 크리스마스'다. 라이필름 강봉래 대표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일본에서 더 인기였다. 일본 개봉이 성황리에 끝난 뒤 비디오대여점 한 곳에 보통 7~10개씩 '8월의 크리스마스'가 깔렸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영화로는 유례없던 일이었다. 허 감독의 일본 방문 때는 몰려드는 팬들로 웬만한 한류스타보다 더 대접을 받았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의 멜로 리스트에서 두번째 수작으로는 흔히 이영애 유지태 주연의 '봄날은 간다'를 말한다. "사랑이 변하니?"라는 대사 한토막이 전국민 유행어가 될 정도로 가슴 속을 휘젓고 간 사랑 얘기다. 이어서 영화 캐스팅이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한류원조 배용준과 손예진을 기용한 '외출'. 이 영화는 국내에서의 흥행 보다 일본 동원 관객이 훨씬 많았다. 멜로 영화로 늘 평단과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던 허 감독으로서는 자존심에 다소 상처를 입었을 터. 그리고 2년후, '행복'은 허 감독을 다시 행복한 미소에 젖게 했다. 그렇다면 한석규-심은하, 이영애-유지태, 배용준-손예진에 이어 임수정-황정민 커플까지 대한민국 영화감독이면 누구나 꿈꾸게 될 환상의 캐스팅으로 멜로를 찍고 있는 허 감독은 과연 어느 커플을 최고로 치고 있을까. "어느 손가락 깨물어 안아플까? 그들 모두가 최고였다"는 게 기자의 우문에 돌아온 감독의 현답이었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