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과 승부 사이. 어떤 드라마 제목이 아니다. 이런 기막힌 우연이 또 있을까. ‘40년지기’ 대전 시티즌의 김호(63) 감독과 울산 현대 김정남(64) 감독이 자웅을 겨룬다. 15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기자회견.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성남 일화 김학범 감독과 2위팀 수원 삼성의 차범근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4인 사령탑이 한 자리에 모였다. 무엇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취재진들의 최대 이슈는 오는 21일 울산 문수 월드컵경기장에서 김호 감독과 김정남 감독이 벌일 최고의 ‘빅뱅’이었다.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두 사령탑은 지난 60년대부터 국가대표팀 수비수로 맹활약하며 끊임없이 최고 자리를 향한 경쟁을 벌여왔고, 은퇴 이후에는 지도자로서 자웅을 겨뤘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두 노장은 강한 승부의식을 드러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이미 마음 속에는 ‘결코 질 수 없다’는 각오가 자리하고 있었다. 김호 감독은 “어떻게 대전보다 센 팀을 만나는데 이길 수 있겠느냐”면서도 “그래도 그동안 우리가 울산에 여러번 패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정남 감독이 가만히 듣고 있을 리 만무. 김 감독은 “정규리그를 치르며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지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필승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만 서로 라이벌이었을 뿐 밖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김호 감독과 김정남 감독은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통했던 사이였다고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두 노장은 이날 서로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김정남 감독이 “필드에서 선수들은 수많은 말을 하지만 우린 그렇지 않았다”면서 “(김호는)현역 시절에는 최고 수비수였고, 지도자의 길을 걷는 지금도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조용히 미소를 띠며 이를 지켜본 김호 감독. 김정남 감독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국 최고의 축구인이었고, 지금도 존경심을 품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추이는 쉬이 예측할 수 없다. K리그 통산 최다승에는 196승의 김호 감독이 189승의 김정남 감독을 앞서지만 상대 전적에서는 15승14무9패로 김정남 감독이 우위다. 지난 8월에도 김정남 감독의 울산이 김호 감독의 대전을 2-1로 꺾었다. 그만큼 서로 잘 알고 있다는 의미. 운명같은 갈림길에서 활짝 웃을 수 있는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