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현대야구에서 수비는 여러모로 간과되는 면이 없지 않다. 많은 선수들이 타격훈련에만 집중할 뿐 수비훈련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야구의 기본은 누가 뭐래도 수비다. 수비라는 기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언젠가 구멍 뚤린 글러브처럼 팀의 블랙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두산은 누구보다 기본기가 잘 되어 있는 팀이다. 8개 구단 중 가장 안정된 수비 라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2차전에서도 두산의 수비는 녹색 다이아몬드처럼 푸르고 빛났다. 1차전에서 두산 선발투수 다니엘 리오스는 무려 20개의 아웃카운트를 땅볼로 잡아냈다. 그 중에는 처리하기 까다로운 타구도 많았지만 ‘키스톤 콤비’ 고영민-이대수는 물론이고 1루수 안경현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침착한 타구 판단에 후속 플레이 그리고 노련한 예측수비로 한화의 예봉을 꺾었다. 리오스와 김경문 감독이 수비수들을 칭찬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특히 유격수 이대수와 2루수 고영민은 1·2차전에서 무려 6차례의 병살 플레이를 엮어냈다. 2차전 1회초 제이콥 크루즈의 느린 타구를 이대수가 러닝스로로 잡아내 2루수 고영민에게 넘기고, 고영민이 2루 베이스를 커버하며 1루 주자를 아웃시키자마자 공을 다이렉트로 1루에 송구해 타자 주자까지 더블아웃으로 처리하는 병살 플레이는 말 그대로 백만불짜리였다. 2차전 선발 맷 랜들이 경기 초반 연속해 안타를 허용하는 등 불안함을 노출했지만 안정된 내야수비 덕분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는 순간이기도 했다. 사실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두산은 어이없는 실책으로 내주는 경기가 많았다. 특히 잠실 홈경기에서 실책을 남발했는데 그라운드 개보수로 땅이 고르지 못한 탓이었다. 하지만 5월을 기점으로 두산은 실책을 최소화하며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올 시즌 실책도 58개로 8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내야의 안경현-고영민-이대수-김동주에 외야의 김현수-이종욱-민병헌까지 이렇다 할 구멍이 없다. 두산은 상대 타자의 방망이를 꺾을 수 있는 것은 투수의 공뿐만이 아니라 수비수의 글러브가 될 수 있음을 플레이오프에서 입증해내고 있다. 반면 한화는 수비에서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1차전에서는 수비의 귀재라던 2루수 한상훈이 어이없는 알까기로 승부의 쐐기점을 주는 발단을 허용했고, 좌익수 연경흠도 8회말 실책을 저질렀다. 2차전에서도 한화는 3회말 투수 유원상의 폭투 때 포수 신경현의 타구판단 미스로 어이없게 2점을 허용했다. 아킬레스건 부상을 안고 있는 우익수 제이콥 크루즈도 잠실벌에는 엄연한 수비구멍이었다. 한화는 1·2차전 모두 어이없는 폭투와 실책으로 결승점을 헌납, 상실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단기전에서는 역시 기본이 되는 수비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