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포수가 되든 지명 타자가 되든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13일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미디어 데이에 두산 대표 선수로 나온 '주장' 홍성흔(30)은 포지션과 보직에 관계없이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차례 골든글러브를 거머쥐며 2001년 두산의 우승을 이끈 홍성흔은 팀을 위해 자신을 버린다는 것. 다소 파격적이었다. 15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보여줬던 그의 활약은 엄지를 치켜 세우기에 충분했다. 이날 경기의 선발 라인업에 그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대타로 등장, 만점 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5-4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두산의 7회말 공격. 1사 만루에서 5번 최준석 타석 때 방망이를 들고 나섰다. 한화의 세 번째 투수 송진우와 볼 카운트 2-2에서 유격수 앞 땅볼을 때렸다. 1루 주자 김동주는 2루에서 아웃됐으나 죽기 살기로 뛴 홍성흔은 1루에 안착했다. 그 사이 3루에 있던 이종욱은 홈을 밟아 득점에 성공했다. 스코어는 6-4. 이어 안경현과 이대수의 연속 안타로 2점을 보태 승부를 결정지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홍성흔이 병살타를 때렸다면 이날 승부는 장담할 수 없었다. 한화가 7회초 공격 때 2점을 보태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홍성흔의 활약은 분명히 돋보였다. 내야 땅볼에도 전력 질주한 홍성흔의 화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득점 생산과 더불어 한화의 추격 의지를 꺾은 것. 이날 9-5로 승리한 두산의 김경문 감독도 홍성흔의 투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 감독은 "홍성흔이 대타로 나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병살타를 막은 것이 컸다"고 호평했다. 보직에 관계없이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홍성흔이 약속을 지킨 셈이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