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익수 고영민' 공략할 방법은 없나
OSEN 기자
발행 2007.10.16 08: 53

[OSEN=이상학 객원기자] 두산 2루수 고영민(23)의 수비가 플레이오프 최고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2루수지만 우익수 방면 잔디 쪽으로 치우친 수비위치로 ‘2익수’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고영민의 수비가 플레이오프라는 큰 경기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고영민의 노련한 예측수비와 타구 처리 동작은 야구에서 수비가 가지고 있는 묘미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두산 투수들에게 ‘2익수’ 고영민의 존재는 더없이 든든하다. 그러나 한화 타자들에게는 성가심 그 자체다. 플레이오프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한화는 두산 투수들만큼이나 고영민의 존재가 가히 부담스럽다.
▲'2익수 마법' 홀리다
고영민의 2익수 수비는 크게 두 가지 상황에서 나타난다. 첫째, 상대 타자가 발이 느리거나 우익수 쪽으로 날아가는 타구가 많을 때. 둘째, 연계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주자 없는 상황일 때다. 사실 2루수가 매 경기 우측 외야 잔디 쪽에 수비위치를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2루수는 유격수와 함께 내야에서 분주하게 연계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 부담이 큰 포지션이다. 상황에 따라 1루 베이스 커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고영민은 경기 상황과 타자 성향을 잘 파악한 후 2익수 수비위치를 잡는다. 아직까지는 고영민의 2익수 수비가 팀에 큰 해가 된 적은 없다.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도 고영민의 수비는 두산에 크나큰 힘이 됐다. 1·2차전에서 고영민이 아웃으로 처리한 타구는 모두 11개. 이 가운데 병살타가 2개 포함됐다. 2경기 54개 아웃카운트 중 13개를 고영민이 처리했다.
중요한 것은 안타성 타구를 땅볼 아웃으로 처리한 대목이다. 1차전 5회 이영우, 6회 연경흠, 8회 신경현·김민재 그리고 2차전 2회 제이콥 크루즈, 6회 김민재, 9회 이영우의 타구가 1·2루를 가르는 우전안타 또는 2루 베이스를 가르는 중전안타성 타구였지만 모두 고영민의 글러브에 걸려들고 말았다. 2익수 수비가 사실상 7개의 안타를 범타로 만든 것이나 진배없었다.
고영민의 2익수 수비가 얼마나 영리한지는 상황적 판단으로도 가능하다. 이영우·연경흠·크루즈는 모두 왼손 타자들로 발이 그리 빠른 편이 되지 못한다. 신경현과 김민재는 오른손 타자지만 밀어치는 데 재주가 있는 타자들이다.
게다가 2익수 수비로 아웃 처리한 7개 타구 중 6개가 2사 또는 무사 상황에서 나왔다. 4차례가 2사 이후였고 나머지 2차례는 무사 상황이었지만 주자가 2루에 있어 연계 플레이의 부담이 적었다. 상황을 잘 파악해 예측 수비를 펼친 것이다. 유일하게 1사 상황에서 나온 2익수 수비였던 1차전 8회초 김민재의 타구도 중전안타성이었지만 놀라운 수비범위와 송구능력으로 땅볼 아웃 처리했으니 완벽 그 자체였다.
▲ 2익수 공략법은 없나
한화는 7개의 안타를 고영민 때문에 도둑맞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화로서는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들 못지않게 고영민을 공략할 방법을 찾아야 할 판이다. 타자들의 방망이를 꺾는 것은 투수의 공뿐만 아니라 수비수의 글러브가 될 수 있음을 제대로 실감한 한화였다.
홈인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3차전부터 고영민의 ‘2익수 수비’를 붕괴시킬 방도를 찾지 않으면 또 다시 안타를 도둑맞으며 팀 사기가 저하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없지 않다. 다니엘 리오스의 대량 땅볼 유도나 맷 랜들의 심리적 안정도 따지고 보면 2익수 고영민의 영향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화는 2차전에서 과감한 푸시번트로 고영민의 2익수 수비위치를 앞으로 끌어당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5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연경흠이 초구에 기습번트를 댄 것. 무사에 왼손 타자였기에 고영민의 수비위치는 역시 외야 잔디였다. 번트 댄 타구를 투수 랜들이 잘 캐치해 땅볼로 처리되고 말았지만 랜들의 키를 넘었으면 내야안타였다.
한화로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자주 보여줌으로써 고영민의 2익수 수비위치를 앞으로 끌어당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화에는 과감하게 기습번트를 대고 빠른 발로 상대 내야를 교란시킬 수 있는 기민한 선수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하지만 3차전부터 대전구장에서 열린다는 점이 한화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고영민의 2익수 수비는 잠실구장에서 더없이 빛을 발한다. 잠실구장 천연잔디의 타구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이지만 그만큼 상황에 맞게 깊숙한 수비를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타구속도가 느리기로 소문난 대전구장 인조잔디에서는 2익수 수비가 애매한 타구를 처리하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연계 플레이가 필요없는 상황에서도 굳이 2익수 수비를 고집할 이유도 없어지는 셈. 하지만 이영우처럼 타구의 분포가 정확하게 파악되는 선수들로서는 여전히 2익수 고영민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화로서는 어떻게든 고영민의 2익수 수비를 파괴해야 벼랑 끝에서 탈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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