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강 기적' 대전, PO 진출에도 서글픈 진짜 이유
OSEN 기자
발행 2007.10.16 10: 08

"저희 구단 입장에선 6강행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기쁨 반, 한숨 반. 창단 10년만에 처음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원조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의 요즘 분위기다. 대전은 지난 14일 오후 홈구장 퍼플 아레나에서 펼쳐진 수원 삼성과 올시즌 K리그 최종전에서 1-0 승리를 거두고, 대구 FC가 FC 서울을 1-0으로 꺾는 바람에 기적적으로 6강에 올랐지만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 이유는 단 하나. 돈 걱정 때문이다. '카타르 도하의 기적'을 재현했던 이날, 그라운드에서 슬라이딩을 하고 관중들과 기쁨을 나누던 선수들과는 달리 대전 사무국은 소주 한 잔을 곁들인 조촐한 뒤풀이를 가졌다. 대전은 시민구단이라는 특성 때문에 늘 자금 부족에 시달린다. 팬들과는 달리 시즌 후반기 연승 행진이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그저 즐겁지 않았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최선을 다한 선수단에게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는 두둑한 수당과 보너스를 지급하고 싶지만 자금이 풍족하지 못해 많지 주지 못한다. 선수단에도 이럴진데 프런트들에게 보너스가 지급될 리는 만무하다. 한 구단 직원은 김호 감독의 부임 초기, 2연승을 거뒀을 때 각종 수당과 보너스를 합쳐 약 1억 6000만 원이 지급됐지만 타 구단과 비교해 적은 액수라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털어놓는다. 요즘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최근 대전시는 전국체전에 몰두하느라 축구단에 돈을 쓸 여력이 없고, 시내 여러 공기업들의 지원 예산은 미리 책정돼 있어 추가 자금 지원을 바라기 어렵다. 마지막 희망은 대전에 연고를 둔 대기업 한화. 하지만 한화 이글스 야구단이 올 시즌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바람에 여기서도 기대할 수 없다. 현재 보유한 자금으로 근근히 버텨나가는 형편이다. 자금 외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도 대전 구단의 현실은 암울하다. 선수단 숙소조차 없어 계룡건설 직업훈련원을 임대해 활용하고 있고, 연습구장도 없어 인근 대학교나 기업 잔디구장을 빌려 사용한다. 지난 1996년 10월 대전시는 프로축구단 창단을 준비하며 프로연맹에 '시(市)차원에서 창단 팀에 월드컵구장과 보조경기장은 물론 선수단 숙소 부지를 무상제공한다'고 약속했으나 10년 동안 이뤄진 것은 전혀 없다. 이와 함께 대전시는 '축구단의 재정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증자를 함에 있어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다른 약속도 했으나 역시 공언에 그치고 말았다. 14일 수원전을 본부석에서 지켜본 박성효 대전시장은 선수단에 5000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구단측은 이번 보너스가 휘발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 지원의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전체 14개 구단 중 오직 6개 팀밖에 초대받지 못하는 가을잔치에 안착한 대전. 열악한 환경과 각종 악재를 극복한 이들에게는 언제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쬘 수 있을까.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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