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경기보다 더 재미있는 김인식 감독의 입담. 애당초 한화가 열세라는 예상이 대세였다. 누구보다 김인식 한화 감독이 알고 있었을 터이다. 그렇다고 리더가 앓는 소리만 할 순 없다. 또 모든 야구팬의 시선이 집중돼 있는데 입을 다물고 있기도 뭣하다. 진퇴양난의 형국이었지만 김 감독은 촌철살인의 화술로 난국을 타개했다. 그의 어록만 따라가도 플레이오프의 그림이 잡힐 정도였다. 경기 중 전술 구사 능력과 더불어 경기 외적 여유와 심리전에 이르기까지 김인식 감독이 왜 명장으로 통하는지를 입증하는 플레이오프라 할 수 있다. ■"한화가 올라와서 좋을거야". 플레이오프 시작 하루 전 열린 미디어 데이 때. 한화가 객관적 여건이 열세란 점과, 두산이 삼성보다 한화를 내심 만만히 여긴 정황을 이 한마디로 압축했다. ■"세어봐야지. 50명 있다고 해서 나왔어". 플레이오프 1차전 직전. 김 감독은 기다리던 기자들이 지쳐갈 무렵에야 덕아웃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 한마디로 분위기를 풀었다. 덕아웃에 늦게 나왔음에도 이 한마디로 오히려 취재진을 배려한다는 이미지를 줬다. 아울러 늦게 등장함으로써 기자들과 한가롭게 담소하기 괴로운(?) 한화의 현실을 시사했다. ■"들뜰까봐 오늘 하는거야". 준플레이오프 승리 주역인 3루수 이범호의 공격과 수비를 칭찬하며. 김 감독은 이 말을 1차전 시작하기 직전 꺼냈는데 '왜 미디어 데이 때 안 했느냐"고 묻자 이렇게 조크했다. 이범호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읽을 수 있다. ■"정신력~". 마운드의 열세인 한화가 두산을 이길 방도를 묻자 순간적으로 개구쟁이같은 표정을 지으며. 두산 시절 애제자인 홍성흔이 "우리팀이 팀 분위기는 8개구단 중 최고"라고 미디어 데이 때 자랑한 것을 두고도 김 감독은 "걔는 지들 팀 분위기 밖에 모르잖아?"라고 조크, 한화의 기세도 만만찮다고 흘렸다. ■"부끄러워서 쓰고 나왔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0-8로 완패한 직후. 김 감독은 선글라스를 끼고 공식 인터뷰장에 등장했다. 자칫 무거운 분위기로 흐를 패장 인터뷰지만 김 감독이 먼저 분위기를 풀었다. ■"공에 파리 앉아도 되겠더라". 플레이오프 1차전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고동진의 홈 태그아웃을 두고. 김 감독은 두산 1루수 안경현의 홈송구가 느리고 부정확했던 것을 이렇게 비유하며 세이프라고 주장했다. ■"리오스는 전용심판이 있나봐".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리오스에 또 봉쇄당하자. 이상하게 리오스가 한화전에 등판하면 바깥쪽 존이 후한 구심과 걸린다며. ■"안영명이는 신실한 기독교 신자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위협구를 던진 안영명을 변호하며. 김 감독은 "절대 고의가 아니다. 포수 사인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구를 낼 상황이 아니었기에 화가 나서 내가 먼저 마운드에 올라 투수를 교체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