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끝까지 보라!'. 야구에서 선구안이 필요한 건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승부를 끝까지 가져가려다 풀 카운트로 몰릴지도 모르고 초구에 좋은 공이 들어올지도 모를 일이다. 타자와 투수의 수 싸움이 야구에 묘미라지만 직접 공을 던지고 쳐야하는 이 둘은 머리가 바쁘게 돌아간다. 지난 15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2차전 한화와 두산전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이 ‘선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1군에서, 특히 이런 큰 게임 와서는 타자들의 선구안이 필요하다”고 말한 김 감독은 “양키스가 예전에 잘 했을 때 이게 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볼을 잘 골라내면 결국 투수공이 스트라이크 쪽으로 들어온다. 그럼 맞게 되는 거지”라고 말한 그의 선구안 지론은 “결국 투수가 더 잘 던질라고 하면 실투가 나오는 것이다”고 마무리했다. 김 감독 말을 두산 선수들이 들었던 것일까. 이종욱(27)은 1회말 볼카운트 1-3서 정민철의 5구째를 받아치며 오른쪽 폴대를 맞히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정민철이 볼카운트가 몰리자 이종욱에게 유리해지면서 홈런이 나왔다. 3회말 1사 상황서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19) 또한 마찬가지. 정민철을 상대로 2-3 풀카운트까지 가면서 7구째 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김현수는 비거리 125m,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홈런을 때려냈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는 김현수 말대로 관중들도 ‘딱’소리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만큼 잘 맞았다. 공을 끝까지 보라는 김 감독의 말을 잘 따른 타자 김현수는 7회말에도 송진우를 상대로 볼-파울-볼-파울-볼-파울에 이어 7구째 공을 받아치며 좌익수 앞 안타를 뽑아냈다. 볼을 건드리지 않고 좋은 공만 치는 모습이었다. 7회말 두산은 송진우를 상대로 7구째 타격을 한 김현수를 비롯해 고영민, 홍성흔, 이대수 모두 7구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결국 송진우는 7회말 1번부터 7번타자까지 상대하면서 무려 40개의 공을 던졌지만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잡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두산의 선구안이 만든 결과다. ‘공을 많이 던지게 해서 좋은 공만 골라서 치자’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끈기 있게 타석에서 공을 골라내기란 어렵다. 17일 대전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누가 공을 잘 골라서 좋은 ‘선구안’을 발휘할지 또 하나의 관심사다. 7rhdw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