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벼랑 끝으로 내몰렸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한화는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2차전에서 맥없이 2연패하며 벼랑 끝으로 몰렸다. 1차전에서는 0-8 대패, 2차전에서도 5-9로 완패해 충격이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화가 1·2차전에서 잃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특히 2차전 경기 막판 벤치 클리어는 처질 대로 처진 한화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잠실 2연전에서 한화가 유일하게 건져낸 것도 어쩌면 이 벤치 클리어일지 모른다. 사건은 8회말에 터졌다. 8-4로 이미 승부가 기운 8회말 한화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안영명이 두산 선두타자 이종욱의 등을 정면으로 맞히는 사구를 던졌다. 8회초 한화 이도형이 두산 이승학의 공에 머리를 맞았던 만큼 정황상 빈볼이 의심되는 순간. 양 팀 선수들이 벤치를 비우고 우르르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대치 상태를 이뤄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다행히 별다른 불상사는 없었고 한화가 안영명을 강판시키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됐다. 벤치 클리어 이후 양 팀은 승부가 거의 기운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물론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서는 매 순간이 중요하지만 양 팀 선수들은 더욱 눈에 불을 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두산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이종욱의 무관심 도루 등으로 8회말 1점을 더 추가했고, 한화도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임태훈을 상대로 고동진의 안타와 조원우의 2루타로 1점을 추격해 반격 가능성을 높였다. 경기 후 한화 김인식 감독은 “안영명의 공은 빈볼이 아니다”고 주장했고, 두산 김경문 감독은 “볼거리라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종욱은 “빈볼이고 또 신경전이라 느꼈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이종욱이 말한 신경전이다. 포스트시즌 같이 한 순간 분위기가 크게 좌우하는 무대에서는 상대와의 기싸움에서 져서는 안 된다. 사태가 일어나자마자 양 팀 선수단이 재빠르게 대치한 것도 같은 맥락. 특히 한화에서는 구대성이 베테랑의 관록을 대치상태에서도 보였고 두산에서는 김동주가 앞장섰다. 1·2차전에서 무기력한 패배로 패배의식이 감돌만 했지만 한화는 벤치 클리어를 통해 선수단이 다시 한 번 단합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공교롭게도 한화를 몰아붙이고 있는 두산도 지난 5월4일 LG전에서 빈볼 사태에 따른 벤치 클리어 이후 분위기 대반전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경기 전까지 최하위였던 두산은 이후 25경기에서 17승을 쓸어담으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두산에게는 LG와의 난투극이 굉장한 터닝 포인트였던 셈이다. 과연 한화도 벤치 클리어를 터닝 포인트 삼아 반격을 가할 수 있을지 3차전이 열리는 대전구장에 시선이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