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알렉스 로드리게스(32.뉴욕 양키스) '종신 계약'을 이번 겨울 최고의 목표로 삼은 스캇 보라스가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 보라스는 자신이 대리하는 선수들의 연봉 협상을 위해 방대한 통계와 자료를 압축한 이른바 'X파일'로 유명하다. 박찬호(34)가 지난 2001년 겨울 텍사스와 5년 6500만 달러 계약을 맺을 당시에도 보라스는 예의 통계자료집을 적극 활용해 홍보에 이용했다.
이번 겨울 보라스는 기존의 자료집보다 더욱 진일보한 새로운 X파일을 들고 나왔다. 이른바 'IPN(Iconic Performance Network value)'로 불리는 이 수치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가 소속 구단은 물론 지역 방송국에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안겨주는지를 설명한다.
단순히 "이 선수는 이렇게 잘했다"를 넘어 "이 선수가 합류할 경우 구단과 해당 구단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국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자료다.
로드리게스를 위해 특별히 고안한 IPN은 이번 겨울 보라스 협상전략의 주요한 무기가 되고 있다. 이미 그는 "2002년 설립 당시 10억 달러이던 YES 네트워크는 현재 30억 달러로 3배나 자산 가치가 뛰었다"며 여기에는 로드리게스의 공이 무시 못할 만큼 크다고 홍보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덕분에 구단과 방송국이 동시에 부를 창출한 한 만큼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당 선수에게 해줘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이런 전략을 통해 나온 금액이 12년 3억 6000만 달러다. 하지만 제 아무리 양키스라 하더라도 매년 3000만 달러씩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남는' 세월 동안 퍼줄 수는 없는 노릇. 구단 입장에선 당연히 주춤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는 보라스는 새로운 '옵션'을 제안했다. 18일(한국시간) 뉴욕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라스는 '아이스하키 제왕' 웨인 그레츠키의 예를 들었다. 그레츠키가 지난 1988년 친정팀 에드먼턴을 떠나 LA 킹스로 이적할 당시 전담 방송국인 '프라임 티켓'이 그레츠키 연봉의 일부분을 대납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대기록을 향해 질주하던 그레츠키의 합류로 시청률과 광고판매가 늘어날 것을 예상해 몸값 비싼 그레츠키 영입 비용을 구단과 나눠 부담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로드리게스 계약을 위해서는 YES 네트워크가 일정 부분 돈을 내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는 주장이다.
양키스와 방송국측 반응은 떨떠름하다. 한 관계자는 "불가능하지 않지만 쉽지도 않은 일"이라며 "양키스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양키스를 둘러싼 모둔 구성원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YES 측이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주 전체를 커버하는 YES 네트워크는 가입자수만 1000만 명이 넘는다. 이 채널에서 중계하는 양키스 경기를 보기 위해 1000만 이상의 팬이 매달 2달러 50센트를 납부하고 있다. YES가 매달 벌어들이는 수익은 시청료로만 2500만 달러가 넘는 셈이다. 1년으로 환산하면 3억 달러다. 광고료를 제외한 매출만 이 정도이니 YES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YES에 돈을 지불하면서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모두 로드리게스 팬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를 따르는 팬들도 꽤 존재하겠지만 대다수는 양키스라면 죽고 못하는 열혈 팬들이다. 로드리게스가 떠난다고 이들이 양키스 경기 시청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구단과 방송국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로드리게스가 팀을 떠날 경우 가입자와 시청률이 하락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1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들이 하루 아침에 계약을 해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IPN을 내세운 보라스와 양키스, 그리고 양자 사이에 끼인 YES 네트워크의 살벌한 협상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YES 네트워크의 최대 주주는 지분 47%를 소유한 골드만삭스다. 양키스 구단주인 조지 스타인브레너 일가는 37%를 가지고 있다. 투자 비용의 몇 배를 뽑아낸 골드만삭스는 현재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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