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괴물' 류현진 공략 '대성공'
OSEN 기자
발행 2007.10.18 07: 11

[OSEN=대전, 이상학 객원기자] 두산과 한화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이 열린 지난 17일 대전구장. 두산의 덕아웃 한켠에는 이날 한화 선발투수 류현진의 투구에 대한 분석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자료가 붙어있었다. 페넌트레이스 맞대결에서 우타자와 좌타자를 상대할 때 패턴,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좌·우타자 패턴 등이 상세하게 분석된 자료였다. 투구 분석 자료의 핵심 내용은 ‘투스트라이크 이후’ 대처였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유인구를 잘 선구해야 하며 바깥쪽 빠른 직구 승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빠른 승부를 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내용. 또한 포수 신경현의 볼 배합도 포스트시즌에 와서는 변화구의 비율이 줄어든 대신 직구로 정면 승부가 많아졌다는 내용도 있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볼카운트에서 최대한 투스트라이크로 몰리지 않고 적극적인 타격을 주문한 내용이었다. 이를 실행하듯 두산 타자들은 경기 초반부터 류현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기보다는 적극적인 타격으로 승부했다. 1번 이종욱이 볼카운트 1-2에서 4구를 건드려 중전안타로 포문을 열자 2번 김현수가 2구 만에 중전안타를 쳤다. 3번 고영민은 초구를 공략,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4번 김동주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5번 홍성흔, 6번 안경현, 7번 이대수도 각각 3구·2구·4구에 타격했다. 삼진을 당한 이대수를 제외한 6명의 타자들은 한 번도 투스트라이크 상황에 몰리지 않으며 4구 이내에서 류현진을 두들겼다. 1회초 상대 실책 2개를 묶어 3안타 1볼넷으로 3점을 선취한 두산은 2회초에도 선두타자 채상병이 초구를 건드려 3루 땅볼로 아웃됐다. 하지만 류현진은 채상병을 상대한 후 세드릭 바워스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왼팔 삼두박근이 뭉치는 바람에 근육통이 일어난 탓이었다. 결국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1⅓이닝 동안 8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21개의 공을 던진 것이 전부였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 쓰는 체인지업은 단 하나밖에 던지지 않았다. 이대수를 삼진 잡을 때 던진 체인지업이 유일했다. 이대수를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에게는 체인지업을 던질 기회가 원천봉쇄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상대 실책이라는 행운이 겹쳤지만 결과적으로 류현진의 투구패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를 실행으로 옮긴 두산 타자들의 수행력이 괴물을 무너뜨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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