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중동만 가면 약해지는 이유는?
OSEN 기자
발행 2007.10.18 09: 44

이상하리만치 중동에 가면 약해지는 한국 축구다. 애써 '징크스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중동 국가들과 펼친 경기 전적이 보여주듯 한국은 모래 바람을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대표팀부터 아시안게임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까지 중동에서 경기를 치렀다 하면 좋은 성과를 낸 기억이 거의 없다. 승리는 커녕 무승부만 올려도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다. 한국은 1년에 적어도 한두 번 꼴로 꼬박꼬박 중동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물론 대부분이 특정 대회나 경기를 앞두고 현지 적응 차원에서 실시된다. 하지만 돌아오는 성과는 거의 없다. 짧게는 수 일에서 길게는 몇 주씩 머무는데 안풀려도 이처럼 안풀릴 수 있을까. 대체 중동에서 한국 축구가 이토록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기후를 꼽을 수 있다. 사막 특유의 무덥고 건조한 날씨는 선수들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즉, 회복 속도보다 피로 지수의 누적이 빠르다는 의미다. 여기에 자유시간에 즐기고 누릴 만한 곳이 마땅히 없는 바람에 선수들은 에어컨이 항시 가동되는 호텔방에 머물게 돼 바이오 리듬에 영향을 미쳐 경기력에도 지장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 규격에 걸맞지 않은 그라운드 환경도 부진에 빠뜨리는 한 가지 원인이 될 수 있다. 짧은 잔디에서 패싱게임을 즐겨 구사하는 한국은 길고 푹신한 중동 잔디에선 위협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 그나마 푹신푹신한 잔디 위에서라도 경기를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오일 달러를 내세운 부유한 국가들이 아닌, 일부 사회주의 국가로 이동하면 그라운드 사정은 훨씬 나빠진다. 관리가 부실하기 때문에 군데군데 움푹 패인 곳은 물론이고, 자갈도 가끔씩 나올 때가 있어 선수들이 마음놓고 플레이하기 어렵다. 박성화 감독이 지난 17일 시리아전이 끝난 뒤 "차라리 맨땅에서 하는 게 낫겠다"고 분통을 터뜨렸을 정도. 하지만 중동 원정에서 한 가지 생각할 부분이 있다. 한국은 언제나 중동 국가로 이동할 때 늘 며칠씩 머무는 곳이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다. 중동 교통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국가들과 환경이 다르다는 것은 미리 전제해야 한다. 실제로 두바이에서 미리 훈련을 할 때와 시리아로 이동했을 때 그라운드는 천양지차였다. 기후도 약간은 무더웠던 두바이와는 달리 다마스쿠스에선 선선한 가을 날씨였다고 한다. 어쩌면 이번 시리아전에서 전체적으로 경기를 주도하고서도 실망스러운 0-0 무승부란 결과를 낳은 것도 이 때문이 아닌지,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yoshike3@osen.co.kr 지난 9월 12일 상암구장서 벌어진 한국-시리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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