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첫사랑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살아간다고들 말한다. 이미 떠나 버린 사랑이지만 그와 새겼던 모든 것들을 다 줘버린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도 그 기억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남자의 삶과 평생을 함께 한다고 한다. 이명세 감독의 신작 ‘M’(프로덕션M 제작)이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16일 언론에 공개됐다. ‘스타일리스트’라는 별명답게 현실과 환상을 한 공간에 밀어넣은 이 영화는 언뜻 복잡해보이고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M’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간단하다. 결혼을 앞둔 한 남자가 문득 떠올린 11년 전의 첫사랑의 이야기다. 베스트셀러 작가 민우(강동원 분)는 새로운 원고를 쓰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리고 보라색 옷을 입은 소녀 미미(이연희 분)를 만나고 그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출장에서 돌아온 그의 약혼녀 은혜(공효진 분)는 민우의 변화와 알 수 없는 행동에 불안해한다. 민우는 미미가 11년 전 자신의 첫사랑이었고, 지금은 죽어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M’의 스토리를 정리하면 이렇게 간단하다. 하지만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지면 영화는 달라진다. ‘빛나는 어둠’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이명세 감독이 추구한 영상미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덕분에 영화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혼란스럽게 펼쳐진다. 새 작품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가 빚어낸 결과라고 해야 할까. 불면증에 시달리는 민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환상에 시달리고,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또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빛이 나는 어둠을 추구한 이명세 감독이 원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는지도 모른다. ‘M’은 꿈을 통한 사랑의 이야기다. 과거에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은 지웠다고 생각하더라도 늘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추억은 뜻하지 않는 순간에 찾아오기도, 무의식중인 꿈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아련한 추억에 대한 작은 자극은 사람을 급변하게 만든다. 하지만 열병을 앓듯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곧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M’을 본 남성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과거의 이야기고 다시 돌릴 수 없는 일이다. 그게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