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한화, 그러나 내일이 있다. 지난 17일 대전구장에서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정을 본 한화 팬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쓸쓸히 야구장을 빠져나가던 대전 팬들이 자꾸 야구장을 뒤돌아본 건 왜일까. 이렇게 2007시즌을 마무리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아서일 것이다. 2006년 한국시리즈서 삼성에 져 준우승에 머물러 올 시즌만큼은 우승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는 이번 포스트시즌서 신예 선수들의 활약으로 2008시즌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희망도 새로이 얻었다. 맞상대였던 두산의 김현수(19)와 민병헌(20)의 활약이 내년에 더욱 기대되듯 한화도 연경흠(24) 유원상(21)을 통해 세대교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 연경흠, 수비 보강하면 주전 OK 연경흠의 경우 선배 조원우(36)와 포지션이 겹친다. 둘다 좌익수로 조원우가 선발로 나올 경우 연경흠이 교체로 출장하든지 아니면 조원우가 좌익수로 나올 경우 연경흠은 지명타자로 출전해 왔다. 이유는 수비력에 있다. 조원우는 수비의 기본기가 잘 돼있다는 평을 들을 만큼 플라이볼 처리가 좋다. 낙하지점을 잘 예측하며 펜스 플레이도 나무랄 데가 없다. 반면 연경흠은 조원우에 비해 수비능력이 떨어진다. 송구 능력도 부족해 정확성 또한 다소 떨어진다. 장타가 터졌을 때 펜스 플레이에도 문제가 있어 연경흠이 붙박이 주전이 되려면 수비력을 더 키워야 한다. 또한 발이 빠른 조원우에 비해 도루 시도 횟수 자체가 적은 연경흠은 도루능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연경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은 바로 타격이다. 파워히터로 볼 수 있는 연경흠은 조원우를 대신해 지난 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출장, 2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2회말 삼성 선발투수 제이미 브라운을 상대로 우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것은 한화의 결승점이 되어 5-0 승리의 발판이 됐다. 2차전서는 조원우가 2번타자로 선발 출장했지만 2타수 무안타로 부진하자 6회초 연경흠이 대타로 나와 우전안타를 쳤다. 삼성 투수 윤성환에게 뽑아낸 한화의 유일한 안타를 연경흠이 기록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서도 1차전 2타수 1안타, 2차전 3타수 2안타로 타격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3차전서는 지명타자로 나와 3타수 1안타를 뽑아냈다. 타격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보여준 연경흠은 2008시즌서 주전으로 거듭나려면 약점 보강을 위한 발빠른 행보가 필요하다. ▲ 유원상, 차세대 우완 에이스 잠재력 플레이오프 때 선발투수가 무너지면 어김없이 유원상이 올라왔다. “공에 힘이 있고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김인식 감독의 말처럼 플레이오프서 맥없이 무너진 한화의 마운드를 유원상이 끝까지 지켰다. 유원상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⅓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두산을 봉쇄하며 잠재력을 뽐냈고 2차전서도 선발 정민철이 허리부상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나자 공을 이어받았다. 3⅔이닝 동안 4안타 2실점(1자책점)을 내주었지만 인상 깊은 투구 내용이었다. 결국 한화가 플레이오프 3차전도 완패하며 탈락했지만 유원상은 1⅔이닝 동안 삼진2개를 잡아내며 올 시즌 한화의 마지막 투수로 그라운드를 지켰다. 3차전서 지고 있었지만 유원상을 시험해 보려는 김인식 감독의 뜻도 있어 보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서 최고구속 147km의 빠른 볼과 안정된 변화구 컨트롤로 침착한 투구내용을 보인 유원상의 미래가 밝다. “앞으로 유원상이 류현진과 함께 팀의 좌우 에이스로 성장할 것”이라는 김인식 감독 칭찬이 2008년에도 이어지길 한화팬들은 바랄 것이다. 세대교체는 항상 어렵다. 언제 해야 할지, 누구로 해야 할지, 세대교체할 선수는 있는지 모두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장선수라고 해서 무조건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노장 선수들이 잘하면 그들을 기용하는 것이고 신인 선수가 잘하면 기용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2008시즌 한화에서는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유원상 연경흠 외에 안영명과 김태완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3패로 탈락의 쓰디 쓴 실패를 맛봤지만 내년에는 독수리의 비상을 기대해 봐도 좋을 전망이다. 7rhdw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