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활력 케미스트리' 원천은?
OSEN 기자
발행 2007.10.18 17: 22

"감독이 특출나서가 아닙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참 말을 잘 한다. 한화와의 플레이오프를 3연승 완승으로 끝내고서도 "우리 선수들이 잘 한 것도 있지만 한화가 힘들게 올라와서 승운이 따랐다. 결코 한화가 약해서 쉽게 이긴 것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두산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도 한화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화법이었다. 이런 김 감독의 화술은 두산의 팀 케미스트리에 대한 자평에서도 발휘됐다. '감독으로서 어떻게 했길래 두산의 팀 분위기가 저렇게 좋을 수 있는가'란 질문에 김 감독은 "감독이 특출나서가 아니다. 1982년 창단 때부터 선배들이 만들어 온 전통이다"라고 공을 돌렸다. 그러나 그 '전통'을 계승하고 확대 발전시킨 주역은 어디까지나 김 감독이다. 이와 관련해 두산 사령탑 초창기 시절 김 감독이 팀 분위기를 다잡은 유명한 일화가 있다. 김 감독이 제일 싫어하는 선수는 '홈런 치고 들어오는 동료들을 환영하러 나오지 않는 선수'란 얘기가 타 구단 코치들 사이에서까지 떠돌았다. 실제로 하이파이브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2군으로 떨어진 선수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지금도 두산 타자가 홈런을 치면 김 감독은 벤치 앞까지 나와 제일 먼저 손을 내민다. 다른 팀 감독들에게선 좀처럼 보기 힘든 '파격'이다. 이런 김 감독이기에 플레이오프 수훈갑으로 경기에 변변히 뛰지도 못한 고참 선수들이나 홍성흔을 꼽는 것도 오히려 자연스럽다. 내가 못 나간다고 벤치에서 침울하게 있지 않고, 솔선수범해 후배와 동료를 격려하는 그 마음이 두산 경쟁력의 원천이란 것을 간파하고 있어서일 터이다.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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