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지킨 토리, '전설의 명장'으로 남는다
OSEN 기자
발행 2007.10.19 06: 31

[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조 토리 감독은 양키스의 '마지 못한' 재계약 제의를 거부하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올해보다 200만 달러 깎인 기본 연봉 500만 달러에, 각종 보너스를 덕지덕지 붙인 계약 내용을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 디비전시리즈 당시부터 지금까지 진행과정에서 토리의 자존심은 철저히 짓밟혔다. 구단에 고용된 신분임을 감안해도 양키스는 그의 위상에 큰 상처를 냈고, 이는 토리가 다시 지휘봉을 잡더라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뻔했다. 디비전시리즈 당시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침묵을 깨고 "메이저리그 최고액 감독인 만큼 그에 합당한 성적을 내야 한다. 디비전시리즈에서 떨어지면 재계약은 없다"고 목청을 높이면서 토리의 해임 가능성은 뜨거운 관심사가 됐다. 양키스가 힘 한 번 못 쓰고 클리블랜드에 1승3패로 탈락하자 그의 해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뉴욕 언론은 차기 양키스 감독 후보들을 잇달아 보도했고, 양키스는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토리를 보호하지 않았다. 모든 건 탬파에서 열리는 구단 수뇌부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란 말만 남겼다. 관심의 초점이 모아진 '탬파 회동'에서 구단은 예상과 달리 토리에게 1년 재계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계약 내용을 뜯어보면 은퇴 후 명예의 전당 헌액이 유력한 명장에 대한 예우를 찾아볼 수 없다. 올해보다 대폭 삭감된 기본 연봉 500만 달러에, 디비전시리즈,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경우 각각 100만 달러씩, 최대 800만 달러를 지급한다고 했다.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라서면 2009년 800만 달러짜리 옵션이 자동 행사된다고도 했다. 한 마디로 "당신의 능력을 못 믿겠으니 결과를 보여주고 돈을 가져가라"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통산 2067승, 양키스에서만 1173승과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월드시리즈 4차례 우승의 성과를 나타낸 감독의 자존심에 상처를 안긴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구단 측의 처사에 심기가 불편했을 토리가 이를 단칼에 거절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자신의 경력과 능력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누더기 계약'을 그는 일언지하에 거부하면서 자신의 명예를 지켰다. 수모나 다름 없는 계약조건을 받아들이느니 깨끗하게 유니폼을 벗겠다는 결단의 산물이다. 토리가 구단의 재계약 제의를 거절하면서 지난 1996년부터 이어져온 토리와 양키스와의 인연은 중단되게 됐다. '형식적인' 재계약을 제의한 랜디 레빈 양키스 사장은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해 신임 감독 영입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현재로선 돈 매팅리 벤치 코치와 조 지라디 전 플로리다 감독 가운데 한 명이 차기 감독으로 임명될 전망이다. '미스터 품격(A Class Act)'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품위 있는 행동으로 큰 존경을 받은 토리는 두 가지 선택을 남겨두고 있다. 자신을 원하는 타 구단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하는 것, 그리고 깨끗하게 은퇴를 선언하고 쿠퍼스타운의 호출을 기다리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가 양키스 역사에 세운 찬란한 업적은 빛이 바래지 않는다. '등번호 6' 조 토리는 1920년대 밀러 허긴스, 1930년대 조 매카시, 1950년대 케이시 스텡걸와 함께 양키스를 빛낸 '전설적 명장'으로 야구사에 길이 남게 됐다. workhorse@osen.co.k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