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탈락 하면 또 어때". 보스턴 레드삭스가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팀의 주포 매니 라미레스는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라미레스는 경기가 없던 지난 19일(한국시간) 훈련이 끝난 뒤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탈락은 결정되지 않았다. (팀의 위기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을이켰다. 그는 또 "내년에도 기회는 있는 만큼 올해 떨어진다고 해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서 보여준 3연패 뒤 4연승의 신화를 재현하기를 바라는 팬들의 기대와는 매우 어긋나는 것이다. 라미레스는 평소 낙천적인 성격으로 유명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초조해 하거나 부담을 갖지 않는다. 그가 큰 경기에서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떨어질 수도 있지.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는 발언은 평소 그의 성격을 감안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발언이다. 특히 팀의 '대역전극'을 바라는 보스턴 팬들이 크게 실망할 만한 언급이다. 라미레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ALCS에서 맹타를 선보이고 있다. 4경기 타율 4할6푼2리에 2홈런 7타점, 디비전시리즈를 포함하면 타율 4할2푼9리 4홈런 11타점을 올렸다. 자신의 역할을 십분 해주고 있는 그이지만 현재 팀의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발언은 논란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제 막판이니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치루겠다"는, 선수들이 흔히 하는 얘기와는 뉘앙스가 다르다. 지난 17일 ALCS 4차전에서 2-7으로 뒤진 6회 솔로홈런을 친 뒤 만세를 부르는 듯한 제스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보스턴이 3타자 연속 홈런으로 기세를 올린 시점이긴 하지만 큰 점수차로 뒤져 있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 기뻐할 필요가 있느냐는 뒷말이 적지 않다. 보스턴은 19일 제이컵스필드에서 열리는 5차전을 반드시 승리한 뒤 시리즈를 펜웨이파크 홈구장으로 옮겨가야 한다. 막판에 몰린 만큼 선수단 전체의 분발이 촉구되는 가운데 라미레스의 거침 없는 발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workhorse@osen.c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