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야구'로 쓰러진 명가를 일으켜 세울 것인가. 조범현(47) KIA 신임 감독은 구단에서 감독 선임 통보를 받은 뒤 일성으로 타이거스 명가 재건을 약속했다. KIA는 지난 2001년 창단 이후 단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를 밟지 못했다. 전신 해태를 포함해 97년 우승 이후 벌써 10년째다. 결국 조범현 야구가 꽃을 피우기 위한 절대조건은 부임기간 동안 한국시리즈행을 이룰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조범현 감독은 두 가지 점이 새롭다. 우선 비 타이거즈 출신의 첫 감독이다. KIA는 전신 김응룡 감독 이후 사령탑이 김성한 유남호 서정환 감독 등 모두 타이거즈 출신들이었다. 조 감독은 현역시절과 지도자시절 타이거즈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조남홍 사장을 비롯한 KIA 프런트는 두 번째 최하위의 수모를 당한 만큼 이참에 새로운 분위기와 새로운 피를 중요시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조범현 감독의 스타일은 스승 김성근 SK 감독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데이터 야구다. 이른바 작전과 번트, 상대 타자에 따른 잦은 투수교체 등 스몰볼을 중시한다. 2003년 SK 지휘봉을 잡자마자 한국시리즈행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결과적으로 KIA는 지금까지 해오지 못한 새로운 야구를 하게 된다. 초대 김응룡 감독과 2대 김성한 감독은 주로 선굵은 야구를 해왔다. KIA가 지난 2002~2003년 플레이오프에서 잇따라 김성근(LG) 감독과 조범현(SK) 감독에게 발목을 잡히면서 데이터 야구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말뿐이었다. 조범현 감독은 자신의 데이터 야구이론을 앞세워 사실상 팀 개조에 나서게 된다. 지난 날의 타이거즈 야구에 익숙해진 선수들에게는 분명 쉽지 않은 작업이다. 다소 시일과 진통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취임 초반에는 차분한 시간을 두고 접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의 평가는 SK 감독 시절 분명한 실적을 거둔 만큼 성과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선수들을 움직일 수 있는 강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KIA 선수들은 최근 3년 동안 두 차례 최하위에 처져 패배의식에 젖어있다. 능동적이기 보다는 수동적인 의식이 강하다. 조범현 신임 감독이 이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지난 어려움을 잃고 힘찬 타이거즈로 출발해야 되는 또 하나의 숙제가 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