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리오스에요. 그 다음은 랜들이에요". 김경문 두산 감독은 지난 17일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4차전과 5차전 선발을 '발표'했다. 기자들의 추궁(?)이 이어질 것도 없이 선선히 김 감독은 "4차전은 리오스, 5차전은 랜들을 준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3차전에서 끝낼 흐름이 온다면 리오스를 불펜 투입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도 "정석대로 하겠다. 그런 일은 없을 것. 우리 팀 불펜 투수들을 믿는다"라며 일축했다. 만에 하나라도 3차전에 리오스를 불펜 투입했다가 실패하면 4차전 로테이션까지 꼬일 수 있는데 그런 변칙 투입은 적절치 못하다는 뉘앙스였다. 김 감독이 아직 밝히진 않았으나 한국시리즈 선발 순서도 리오스-랜들-김명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깜짝 선발이나 전격 보직 전환 등 변칙 전술을 굳이 쓸 필요성이 희박하다. 정공법이 제일 리스크가 적은 두산인 것이다(리오스-랜들은 두산의 70승 중 34승을 합작했다). 이는 야수진 기용이나 공격 전술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가 한화에서 SK로 바뀌었지만 엔트리 변화는 좌완 이혜천을 집어넣은 것 하나만 바꿨다. '상대가 바뀌었다고 두산 야구 색깔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뚝심이다. 이런 김 감독의 운용법은 김인식 한화 감독이나 김성근 SK 감독 스타일과 대비된다. 두 노장 감독이 능수능란한 대응 전술과 심리전을 펼치는 '타짜'라면 김 감독은 정석을 신봉하는 '고수'에 비견된다. 작가 이외수의 소설로 '고수'란 작품이 있다. 화투를 소재로 삼은 소설인데 아무리 뛰어난 타짜가 '작업'을 부려도 이길 수 없는 부류가 딱 하나 있다. 바로 고수인데 이들은 그 어떤 테크닉도 구사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타짜를 이긴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SK 상대로도 사실상 패를 보여주고 한국시리즈에 돌입하게 된다. 그럼에도 정작 시리즈의 무게중심은 두산 쪽에 있는 듯 보인다. 두산의 리오스-랜들은 뻔한 수순이지만 문제는 그 패가 '장땡'이라는 데 SK의 번뇌가 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