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의 무덤'이 된 KIA
OSEN 기자
발행 2007.10.19 14: 01

[OSEN=이상학 객원기자] 가히 감독들의 무덤이라 할 만하다.
2년 만에 최하위로 처진 KIA는 지난 18일 밤 전격적으로 사령탑을 교체했다. 서정환 감독을 총감독으로 일선에서 후퇴시키는 대신 조범현 배터리코치를 사령탑으로 승격시킨 것이다. 서정환 감독의 계약기간이 아직 1년 남아있지만 KIA는 교체를 전격 단행했다. 총감독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어디까지나 명예직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서정환 감독은 경질된 것이나 다름없다.
KIA 전신 해태는 20년간 감독이 3명밖에 없었다. ‘빨간 장갑의 마술사’ 고 김동엽 감독이 1982년 지휘봉을 잡았고 이듬해부터는 김응룡 감독이 2000년까지 18년간 장기집권했다. 해태 말년인 2001년에 김성한 감독이 삼성으로 떠난 김응룡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처음과 마지막은 달랐지만 해태의 감독은 사실상 언제나 김응룡 감독이었던 셈이다. 물론 김응룡 감독은 당연하게 해태와의 계약기간을 모두 채운 후에도 연장과 연장을 거듭했다. 원년 김동엽 감독이 15경기 만에 중도퇴진한 것이 해태에서는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감독이 교체된 유일한 사례였다.
그러나 KIA로 말을 갈아탄 이후부터 타이거즈는 졸지에 감독들의 무덤이 되어버렸다. 해태의 마지막과 KIA의 시작을 함께 한 김성한 감독은 2002~03년 연속으로 팀을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 기간 동안 KIA의 성적은 156승9무101패로 승률이 무려 6할7리에 달했다. 그러나 2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서 LG(2002)와 SK(2003)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것이 김성한 감독에게는 치명타였다. 2004년 88경기에서 41승4무43패, 승률 4할8푼8리로 주춤하자 결국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휘봉을 놓아야 했다. 재계약 첫 시즌이자 이듬해까지 계약기간이 남아있어 더욱 충격적이었다.
김성한 감독을 경질한 2004시즌 KIA는 유남호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쳤다. 감독 경질 효과였는지 KIA는 유남호 체제에서 26승1무18패를 거두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에 2전 전패로 완패했지만 KIA는 시즌 후 유남호 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계약 기간은 2년. 그러나 2005년 KIA는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처졌고 이렇다 할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유남호 감독도 사퇴 수순을 밟아야 했다. 84경기에서 34승1무39패로 승률은 고작 4할1푼이었다. 유 감독 역시 김성한 감독과 마찬가지로 정식 감독 계약 첫 시즌에다 이듬해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경질돼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2005년을 창단 첫 최하위로 마감하는 수모를 겪은 KIA는 시즌 종료 후 서정환 감독대행을 유남호 감독 때와 마찬가지로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감독대행의 내부 승진은 다르지 않았지만 계약 기간은 2년이 아닌 3년이었다. 서 감독에게 조금 더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결정이었으나 2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서정환 감독을 선임한 정재공 단장은 서 감독의 계약 기간을 채울 것을 입버릇처럼 말했다. 올 시즌 KIA가 2년 만에 다시 최하위로 추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정 단장의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전에 두 차례나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경질한 악습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정재공 단장이 지난 9일 해임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고, 결국 서정환 감독도 계약기간을 1년 남겨두고 씁쓸히 지휘봉을 놓아야했다. KIA로서는 2001년 창단 후 선임한 감독 3명을 모두 계약 기간을 끝까지 채우지 않고 경질시키는 순간이기도 했다.
서정환 감독에 이어 역대 6번째로 타이거즈 사령탑이 된 조볌현 신임 감독이 ‘감독들의 무덤’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범현 신임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이고 19일 오전 광주 구장에서 선수들과 상견례를 가진 뒤 비로 연기돼 치르지 못했던 한화와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게임을 통해 KIA 사령탑 데뷔전을 치렀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