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국내 선수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이 문제였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에 빛나는 울산 모비스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올 시즌을 맞이했다. 그러나 역대 프로농구 디펜딩 챔피언 중 가장 저평가를 받고 있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이었던 ‘막강 콤비’ 양동근과 크리스 윌리엄스 콤비가 각각 군입대와 외국인선수 선발 제도 변화로 팀을 떠나면서 완전 해체됐고 장신 슈터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김동우마저 군입대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8일 울산 홈에서 열린 공식 개막전에서도 대구 오리온스에 83-92로 패했다. 비록 패했지만 모비스로서는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경기였다. 특히 국내 선수들의 활약은 모비스의 미래를 밝게 비췄다. 주전으로 등용된 김효범은 30분49초 동안 3점슛 2개 포함 20점을 올리며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김효범의 데뷔 후 한 경기 최다득점. 날카로운 돌파는 여전했고 슈팅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던 문제점이 크게 개선된 모습이었다. 게다가 모비스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신인 함지훈이 18점·8리바운드로 토종빅맨의 가능성을 확인시켰고, 포인트가드 하상윤도 11점·7어시스트로 활약했다. 비록 주전 포인트가드로 점찍은 김학섭의 부진이 아쉬웠지만 국내 선수들의 개인 공격력이나 전체적인 호흡은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외국인선수들이 문제였다. 포워드 키나 영이·13점 8리바운드, 센터 케빈 오웬스가 13점·10리바운드를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다. 두 외국인선수의 기록 합계가 26점·18리바운드로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끈 윌리엄스의 ‘원맨쇼 모드’보다도 못하다. 굳이 윌리엄스까지 갈 필요도 없다. 오리온스의 외국인선수들과 비교해도 매우 처지는 성적이기 때문이다. 개막전에서 오리온스는 리온 트리밍햄이 29점·10리바운드, 로버트 브래넌이 20점·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두 외국인선수의 득점이 49점으로 모비스보다 무려 23점이나 많다. 이날 경기가 9점차로 승패가 갈렸으니 외국인선수에서 희비가 엇갈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승부처였던 4쿼터에 영과 오웬스는 트리밍햄과 브래넌에 완벽하게 제압당했다. 영과 오웬스가 4쿼터에 한 점도 올리지 못한 사이 트리밍햄과 브래넌은 각각 11점과 8점을 몰아넣었다. 골밑 수비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한 참혹한 결과였다. 해외리그는 한국이 처음인 영은 노마크 레이업슛을 놓치는 등 경험 부족까지 나타냈다. 영과 오웬스는 모비스가 벌써 대체로 뽑은 선수들. 모비스는 지난 7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드래프트에서 뽑은 제임스 페니와 실베스터 모건을 모두 기량 미달을 이유로 교체하고 영과 오웬스를 데려왔다.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외국인선수 2명을 모두 바꾼 것은 모비스가 프로농구 사상 처음이었다. 시즌 전에 이미 외국인선수 교체카드 2장을 모두 써버린 모비스는 영과 오웬스가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이들과 함께 시즌 끝까지 가야 한다. 모비스로서는 개막전 패배보다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키나 영-케빈 오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