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 여성의 영화라 더 섬뜩하다?!
OSEN 기자
발행 2007.10.19 15: 16

흔히들 섬뜩한 영화를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더 잘 본다고 말한다. 정확한 통계를 밝힐 수는 없지만 언뜻 봐도 공포영화 상영관을 여성들이 더 많이 찾는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섬뜩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여성이라면 어떨까? 궁중 미스터리 ‘궁녀’가 18일 개봉한다. 이준익 감독의 ‘황산벌’과 ‘왕의 남자’ 연출부를 지낸 김미정 감독의 입봉작이다. 궁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눈가리고 귀막고 입을 다물어야 하는 궁녀들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 여기에 궁녀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처벌도 등장한다. ‘궁녀’에 등장하는 궁녀들의 처벌은 한마디로 잔인하다.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궁녀들의 처벌을 김미정 감독은 스크린 앞에서 고개를 돌릴 만큼 끔찍하게 담아냈다. 시늉만 하거나 이쯤에서 끝내겠지 하는 기대감은 산산이 부서진다. 관객의 기대치보다 한 발 더 앞서 나가 보는 이의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뇌리에 남은 이 잔상은 올 여름 개봉했던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잔인하고 섬뜩한 느낌을 준다. 궁녀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행해졌던 ‘쥐부리글려’는 지금까지 어느 사극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궁녀로 궁에 입궐한 이상 지켜야 할 수칙을 지키지 못한 궁녀를 공개 처형하는 이 장면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창조된 것이다. 궁녀로서 본분을 지키게 하기 위한 쥐부리글려는 그래서 잔인할 수밖에 없다. 영화 속 수방 궁녀들의 고문은 그 어떤 고문과도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잔혹하다. 수방 궁녀가 처리해야 할 일의 도구인 바늘이 한순간 고문 도구로 탈바꿈한다. 날카로운 바늘로 행해지는 고문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또 감찰상궁들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내명부도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교도소를 연상시키는 내명부에서 비밀을 간직한 벙어리 궁녀 옥진의 행동도 소름이 돋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 남자를 마음에 품고 있는 옥진의 독특한 사랑 표현법(?)은 피가 낭자한다. ‘궁녀’는 제작자, 감독, 주요배우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영화다. 영화가 언론에 공개된 후 제작자인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가 영화를 본 느낌을 물어왔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굉장히 세네요. 그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감돌면서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정 대표는 “그래도 이거 많이 줄인 것인데…”라고 말했다. 그 때 또 한번 느꼈다. ‘역시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더 강하다’는 것을. pharo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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