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한국e스포츠, 뿌리째 흔들리나
OSEN 기자
발행 2007.10.19 16: 46

내년이면 출범 10년째를 맞이하는 한국e스포츠가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 선수 보호, 팬들의 무관심 등 가끔가다 터져나오는 경기 내외적인 요소가 아니다. 바로 e스포츠의 주축 종목인 스타크래프트의 지적 재산권를 놓고 개발사인 블리자드와 갈등이 문제이다. 최악의 경우 존폐위기의 상황으로 몰릴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블리자드코리아는 지난 9월부터 한국e스포츠협회와 양대 게임 채널인 온게임넷과 MBC게임을 차례로 접촉하며 블라지드에서 출시하는 게임들과 관련된 지적재산권에 대한 대한 협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동안 e스포츠의 종주국임을 자처하며 한국의 게임방송국, 협회, 게임단, 팬들이 중심이 되서 발전시키고 활성시켰던 e스포츠의 주도권이 단숨에 블리자드에 넘어갈 위기에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해온 블리자드는 'e스포츠'라는 컨텐츠가 일년에 수백억이 오가는 황금 알을 생산하는 시장으로 성장하자, 이제까지의 침묵을 깨고 적극적으로 지적재산권을 요구하고 대회에 대한 자신들의 이권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 블리자드의 요구에 따라서 어떤 방식이든 협회와 방송국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의 미디어와 기업, 팬들이 중심이 되서 e스포츠라는 새로운 컨텐츠를 발전시키것은 인정하지만, 원 저작권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출시되는 블리자드의 게임과 지금 사용되고 있는 블리자드의 게임에 대한 지적재산권 논의는 당연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행사하려는 권리가 e스포츠의 발전을 막는것은 아니다. 현재 WSVG(World Series of Video Games) , CGS(Championship Gaming Series) 등에서 블리자드는 대회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과 상금을 지원하면서 e스포츠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e스포츠 관계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관계자는 "원제작자가 블리자드라는 사실은 맞다.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게임 출시 이외에 e스포츠에서 과연 무슨 역할을 했는가는 의문이다.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우리와 팬들의 노력조차 그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우리가 힘들게 일궈놓은 e스포츠를 통째로 집어 삼키려고 한다"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e스포츠 10주년을 불과 1년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태를 계기가 e스포츠계 전체가 다시 한 번 뜻을 모아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그동안 근시안적으로 스타크래프트 중심으로 발전시키며 소홀하게 다뤘던 국산 종목 활성화는 물론 e스포츠의 향후 30년 대계를 위한 밑그림을 다시 그려봐야 할 것 이다. scrapper@osen.co.kr 지난 8월 4일 오후 6시부터 부산 광안리 특설무대에서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7' 삼성전자와 르카프의 전기리그 결승전 모습. 전기리그 결승은 약 7만 5000명의 관중이 모여 경기를 관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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