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12년 재임 기간 내내 조용하고 차분했던 조 토리 뉴욕 양키스 감독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구단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토리는 20일(한국시간) 뉴욕에서 가진 뉴욕 언론과의 퇴임 기자회견에서 "양키스가 제시한 계약 조건은 나에 대한 모욕이었다"며 목청을 높였다. 토리는 "구단이 제시한 조건을 듣는 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며 "1년 계약 조건도 그렇고,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에 다른 인센티브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었다. 양키스에서만 12년을 재직한 내가 성공을 위해 또 다른 동기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양키스는 토리에게 기본 연봉 500만 달러에 월드시리즈 진출시 최대 300만 달러, 그리고 월드시리즈 진출 여부에 따라 행사되는 2009년 옵션 800만 달러를 제시했다. 하지만 토리는 이를 단칼에 거절하고 양키스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올해 연봉만 700만 달러인 토리 입장에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굴욕을 감수하고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이느니 깨끗하게 끝을 보는 방안을 그는 선택했다. 계약 조건도 문제이지만 계약을 제시하는 형식도 토리 입장에선 낭패감이 들만 했다. 구단은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수뇌부 회의 당시 토리와 단 20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밀고 당기는 협상은 없었고, 제시된 계약 내용을 받아들이든가 아니면 팀을 떠나는 양자선택만 있었다고 토리는 밝혔다. 토리는 "연봉 삭감은 내가 하는 일을 구단의 누군가가 만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를 우회적으로 꼬집은 뒤 "그것은 협상이 아니다. 제대로 된 협상을 바라고 회의에 참석했지만 진행과정은 내 희망과는 동떨어졌다"고 말했다. 토리는 또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분위기라며 구단의 행태에 일침을 놨다. "기본 연봉 500만 달러가 적은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뭘 할 수 있는지를 보여달라'는 자세가 아닌, '우리 함께 뭔가를 해보자'는 분위기를 원했다"며 구단측의 고압적인 자세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양키스가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하면서 3년 1920만 달러 계약이 끝난 토리는 다른 구단 감독직을 알아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무슨 일을 할지에 관해 논의를 해야겠지만 나는 일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 있다. 12월 1일까지 양키스와 계약이 돼 있지만 지금 당장 타 구단의 제안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며 이대로 은퇴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양키스가 계약을 수정해 다시 제시할 경우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누군가가 내가 감독직을 수행하기를 원했다면 나는 재계약을 했을 것"이라고 말해 구단 고위층과의 감정의 골이 깊이 패였다는 점을 암시했다. 그는 또 2009년 새로 개장하는 뉴 양키스타디움 개장식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지금 그에 관해 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입을 닫았다. 지난 1996년 벅 쇼월터 당시 감독의 후임으로 양키스 수장에 임명된 토리는 월드시리즈 4회 우승, 아메리칸리그 6회 우승, 포스트시즌 12년 연속 진출의 금자탑을 쌓았다. 성미 급한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와 큰 불화 없이 무난하게 양키스 감독직을 수행해온 그이지만 구단의 고압적 처사에 마지막 회견에서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양키스가 토리에게 제안한 계약 내용은 그렇지 않아도 뒷말이 무성했다. 토리를 잡을 생각이 전혀 없으면서도 여론의 눈길을 의식해 형식적인 계약을 내놓은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양키스가 토리를 내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디비전시리즈 2차전이었다. 당시 8회말 벌레떼가 경기장을 습격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신성' 자바 체임벌린은 크게 고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벤치의 토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양키스는 경기에서 패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스타인브레너는 "감독은 뭐하느냐"며 펄펄 뛰었다고 한다. 심판에게 항의해 경기를 잠시 중단시켜야 할 상황에서 팔짱만 끼고 앉아있었던 점이 그렇지 않아도 토리를 탐탁치 않게 여기던 스타인브레너의 눈밖에 난 결정적 계기였다는 것이다. 한편 토리의 퇴임 사실이 알려지자 그를 아버지처럼 따랐던 양키스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토리의 재계약 여부와 나의 계약을 연계할 것"이라고 한 마리아노 리베라에 이어 앤디 페티트도 같은 의미의 말을 했다. 페티트는 "죽을 때 까지 토리를 사랑한다"며 "그는 나에게 세상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그가 더 이상 감독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 선수 옵션을 가지고 있는 그는 "한 달 간 심사숙고한 뒤 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workhorse@osen.c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