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비겨서도 안되는 중요한 한판. 반드시 승자를 가려야만 한다. 대전 시티즌이 오는 21일 오후 3시 울산 문수 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울산 현대와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1라운드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40년지기 ‘필드의 벗’ 김호 대전 감독과 김정남 울산 감독의 자존심을 건 승부도 하나의 큰 이슈지만 무엇보다 대전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포커스가 모아진다. 올 시즌 유난히 많은 기록들을 남긴 대전이다. 창단 첫 해트트릭, 창단 첫 5연승,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97년 팀 창단 이래 이토록 풍성한 기록이 남은 것은 처음이다. 어느 누구도 대전이 이렇게 급상승하리라 예상할 수 없었다. 정규리그 전반기만 하더라도 광주 상무에도 뒤져 꼴찌만 하지 않으면 성공작이라고 혹평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지난 7월 최윤겸 전 감독이 물러난 뒤 지휘봉을 잡은 김호 감독의 영향이 컸다. 무엇보다 팀 컬러가 확 변했다. 답답한 수비 위주의 틀을 깨고 공격적으로 나서 상대를 제압했다. 수비를 두텁게 세우는 3-5-2 포메이션도 김 감독이 부임하면서 4-3-3으로 변형됐다. 좌우 풀백 요원이 부족했다고 울상짓던 대전이었지만 김 감독은 그 한계를 극복했다. 자신감도 단단히 한 몫 했다. 고종수는 정규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약체가 상승세를 타면 강팀의 그것보다 훨씬 매섭다"는 뼈있는 한마디를 했다.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됐다. 이미 대전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했다. 100퍼센트는 물론이고 막판으로 갈수록‘헝그리 정신’으로 무장된 선수들은 200퍼센트까지 실력을 쏟아냈다.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주변의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수원전에서 선전한 뒤 탈락’이란 당연한 시나리오를 걷어차고, K리그에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낸 대전이다. 접전이 예고된다. 오히려 긴장한 쪽은 전통의 강호로 명성을 떨친 울산이다. 대전은 설사 지더라도 잃을 게 없으나 울산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부담이 없는 게 가장 큰 무기로 작용한다. 모두의 당연한 상식을 뛰어넘어 한계를 극복하려는 대전. 그들의 거침없는 전진의 종착점은 과연 어디일까.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