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승 오리온스, '그래도 김승현이 필요해'
OSEN 기자
발행 2007.10.20 17: 08

[OSEN=대구, 이상학 객원기자] ‘김승현이 필요해.’ 대구 오리온스 새 사령탑 이충희 감독의 취임일성 중 하나는 ‘김승현 중심의 팀’이었다. 지난 시즌 오리온스는 명백히 피트 마이클의 팀이었다. 김승현의 도하 아시안게임 차출과 부상 등으로 코트를 비우는 시간이 많았던 탓도 있었지만 그만큼 마이클의 기량이 탁월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충희 감독은 “외국인선수도 김승현과 어울릴 수 있는 타입으로 뽑겠다”며 김승현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물론 김승현이 있기 때문에 ‘때리고 부수는’ 공격농구를 주창했다. 지난 18일 울산 모비스와의 공식 개막전에서 오리온스는 김승현의 진두 지휘에 힘입어 92-83으로 손쉽게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김승현은 40분을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12점·12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외국인선수 리온 트리밍햄과 로버트 브래넌은 종전 마이클과 달리 공을 가진 채 공격하기보다는 김승현의 어시스트 배달로 받아 먹는 득점에서 더욱 돋보였고, 무려 7시즌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병철도 속공과 세트오펜스를 가리지 않고 김승현의 송곳 패스를 받아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20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T&G와의 홈 개막전에서 오리온스는 78-68로 승리했지만 김승현의 공백을 실감해야 했다. 이날 김승현은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경기 엔트리에서도 아예 제외됐다. 철저히 김승현의 지휘 아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팀 사정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결장이었다. 경기 초반에는 김병철의 폭발적인 내외곽 득점과 노련한 리딩으로 경기를 손쉽게 풀어갔지만 후반부터 KT&G의 강력한 압박 수비에 가드진에서부터 볼 흐름이 막히며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경기 막판 트리밍햄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귀중한 승리를 따냈지만, 김승현의 존재가 그리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승현에 대한 의존도가 깊어지면 오리온스에게도 좋을 것은 없다. 지난 2년간 플레이오프에서 오리온스는 몇몇 선수에게 치중된 농구의 한계를 실감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올 시즌 다크호스로 지목된 KT&G를 김승현이 없는 가운데 이겼다는 데 의미가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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