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네요. 이제 돌풍은 끝났습니다".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박항서 감독과 함께 했던 '도민구단' 경남 FC의 돌풍은 진한 아쉬움만을 남긴 채 멎고 말았다. 지난 20일 오후 7시 창원 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포항 스틸러스와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서 경남은 1-1로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 접전 끝에 3-4로 무릎을 꿇었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없는 한판이었다. 경남은 시종 유리한 경기운영을 했다. 슈팅 숫자는 엇비슷했지만 전체적인 볼 점유율과 공격의 세기에서 포항에 비해 우세한 흐름을 이어갔다. 선제골은 포항의 몫이었으나 경남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후반 23분 이광재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경남은 후반 종료 4분을 남기고, 까보레가 동점 헤딩골을 작렬해 연장전으로 승부를 끌고갔다. 연장전에 들어서도 경남의 기세는 전혀 멈추지 않았다. 포항은 간간히 역습만을 시도했을뿐, 경남은 쉴새없이 상대를 몰아쳤다. 운명의 승부차기. 포항의 첫 키커로 나선 따바레즈의 슈팅을 이광석이 막아냈을때만 해도 승리의 여신은 경남쪽을 향해 미소를 짓는 듯 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까보레와 김근철이 잇달아 실축해 승리를 날렸다. 믿었던 까보레였기에 박항서 감독의 마음은 더욱 아팠다. 올 시즌 K리그 득점왕에 오른 까보레는 17골-8도움을 기록해 경남발 돌풍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영웅은 페널티킥에 약하다'는 그라운드의 속설은 이번에도 정확히 들어맞았다. 마지막 한끝이 아쉬웠다. 역시 시민구단 돌풍을 일으킨 껄끄러운 대전 시티즌을 피하기 위해 울산 현대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패한 게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을 정도로 박항서 감독은 6강에 사활을 걸었다. 결과는 또 한 번의 좌절. 최근 5경기 전적에서 1승4패의 절대 열세를 보여온 경남은 포항이란 벽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고 박항서 감독은 쓰라린 멍에를 감내하게 됐다. 얼마 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젠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던 사람좋은 박항서 감독이었다. 그만큼 열정과 열의가 강했을 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4위를 이뤄낸 경남과 박항서 감독. 너무 높이 올라왔기에,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던 이들의 드라마는 강렬한 여운을 남기고 조용히 막을 내렸다. yoshike3@osen.co.kr 지난 20일 포항-경남의 6강 플레이오프 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