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적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상대일까. SBS 예능 프로의 야심작 '라인업'이 MBC '무한도전'에게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방송 인기의 척도인 시청률 조사에서 더블 스코어가 아니라 트리플 이상으로 깨지는 중이다. 21일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에 따르면 '무한도전'은 전국 23.1%로 고공비행을 계속한 반면에 '라인업'은 고작 5.7%에 그쳤다. 수년째 주말 황금 시간대에 고정 편성되면서 MBC의 막강한 화력 지원을 받고 있는 '무한도전'과 이제 출범한 지 얼마 안된 '라인업'을 간접 비교하기는 곤란하다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근접 추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SBS측에서는 가슴 아픈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무한도전'이 강력한 우위를 지키고 있는 부분은 메인 MC 자리다. 안티가 없는 예능계의 최고 훈남 유재석이 진행하는 '무한도전'에 맞서 '라인업'은 이경규 김용만의 투톱을 내세웠다. 지상의 녹색 식물을 다 갉아먹는 메뚜기떼마냥 유재석은 들고 나오는 프로마다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몰고다니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제 식상하단 느낌의 이경규와 김용만으로서는 둘이 뭉쳤다고 해서 감당하기 힘든 적수다. 또 '무한도전'은 유재석을 둘러싼 나머지 다섯 명 캐릭터도 오랜 기간 호흡을 같이하면서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고정 출연자들이 저마다의 특이한 설정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시청자들의 폭을 다변화하고 넓혔다. 박명수와 정준하, 하하, 정형돈, 노홍철 등은 이제 다른 프로의 메인 MC로 나설 만큼 입지를 굳힌 상태다. 이에 비해 '라인업' 고정들은 인원수를 '무한도전'보다 늘려서 인해전술을 펼쳤지만 아직까지 제 자리를 찾지못하고 헤매는 중이다.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나 상대('무한도전')는 이쪽('라인업')에서 전열을 가다듬을 여유를 주기는 커녕 더 몰아세우고 있다. '라인업'이 욕설 파동과 중국 파문 등의 무리수로 오히려 자주 감점을 받는 배경이다. 마지막으로 '무한도전'은 긴 세월 이들 멤버를 지켜보며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버린 매니아 팬층을 두텁게 쌓았다. 이른바 '무도팬'으로 불리는 이들의 '무한도전' 사랑은 자신을 한 식구로 여기며 고락을 같이하고 있다. 연륜 짧은 '라인업'은 도저히 상상할수조차 없는 '무한도전'의 강점이다. 그렇다면 '라인업'은 영원히 '무한도전'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못하는 걸까. 문제는 '무한도전'을 타겟으로 삼고 이를 무리하게 쫓아가려는 방송국의 욕심에 기인한다. '무한도전'도 방송 초반 갖은 시행 착오와 저조한 시청률 등으로 고전했지만 제작진이 소신을 갖고 밀어붙여 성공을 거뒀다. SBS 예능이 "'무한도전'을 잡겠다"는 공포탄을 쏘면서 물량만 키운 흉내내기로 짧은 시간 안에 역전을 노린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라인업'이 '무한도전'과는 차별화된 저만의 개성으로 차근히 포인트를 얻어갈 때 비로서 대등한 승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