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은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
OSEN 기자
발행 2007.10.21 10: 37

[OSEN=대구, 이상학 객원기자]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는 점점 천연기념물이 되어가고 있다. FA 제도의 도입과 구단들의 활발한 선수 교환으로 선수를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지난 여름 이상민의 FA 보상선수 이적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최근 한국 프로농구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는 거의 소멸된 상태다. 특히 선수생활의 마지막 가도에 들어선 ‘농구대잔치 세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팀을 두어 번 옮겨야 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선산을 지키는 굽은 소나무처럼 한 팀을 지키고 있는 선수가 있다. 대구 오리온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병철(34·185cm)이 그 주인공이다. ▲ 프랜차이즈 스타는 명예직 총감독이라는 자리가 있다. 감독을 넘어선 총감독. 그러나 어디까지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허울 좋은 일종의 명예직에 지나지 않는다. 프로스포츠 세계에서는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감독을 경질할 때 종종 ‘총감독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모양새를 구색을 맞추려 한다. 요즘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자리도 총감독처럼 명예직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나 총감독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명예직이다. 총감독이 말 그대로 구색을 맞추기 위한 허울이라면 프랜차이즈 스타는 진정한 명예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은 연고지를 비롯해 그 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팬들로부터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 그들의 경기력이 어떠하든 함께 동고동락한 세월과 업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쇠화라는 불가항력적 요소가 다가오는 시점에서부터 구단들에게 프랜차이즈 스타는 졸지에 계륵이 되기 마련이다. 프로 마인드에 입각할 때는 분명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 팬들의 반발과 내부적인 균열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통 프랜차이즈 스타는 팬뿐만 아니라 팀 후배들에게도 절대적인 존재다.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좋은 기량을 유지하거나, 노쇠한 기량에 맞춰 자신에게 맞는 역할로의 변화다. 농구대잔치 세대 중 유일하게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아있는 김병철은 전자와 후자를 모두 겸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1973년생으로 어느덧 엄연한 노장이 됐지만, 실력은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진정한 의미의 슈팅가드 포지션에서 김병철의 뒤를 이을 선수는 강혁(삼성)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 보이지 않는다. 또한 상황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잘 파악하고 무리한 선을 넘지 않는다. 주장이라는 위치는 그에게 책임감까지 더해주고 있다. ▲ 기분 좋은 스타트 김병철은 지난 18일 울산 모비스와 공식 개막전에서 4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23점·6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올 시즌 한층 성장한 김효범은 여전히 노련하고 효율적인 김병철의 움직임을 제대로 견제해내지 못했다. 힘에서는 뒤질 게 없었지만 세기에서 김병철을 따라올 수는 없었다. 특유의 2대2 플레이에서 비롯되는 점프슛과 골밑 어시스트 그리고 재빠른 속공 가담은 변함없는 김병철의 레퍼토리였다. 군복무 시기를 제외하면 어느덧 10번째 시즌을 맞이하기에 이미 장단점은 다 드러났지만 그것을 기량으로나 노련미로나 무난하게 극복하는 김병철의 모습은 그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20일 안양 KT&G와 홈 개막전에서도 김병철은 보석처럼 빛났다. 38분35초를 뛰며 3점슛 2개 포함 16점·6어시스트·3리바운드로 맹활약하며 공식 개막전에 이어 다시 한 번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포인트가드 김승현이 허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도 제외된 가운데 정재호와 함께 경기 리딩을 나눠 맡으며 팀을 조율했다. 과거 포인트가드 변신 실패라는 아픈 기억이 있지만 슈팅가드로서 김병철만큼 안정적으로 경기를 조율하고 팀원들에게 어시스트를 배달할 수 있는 선수도 없는 것이 사실. 여전히 김병철이 없는 오리온스는 못이 하나쯤 빠진 의자처럼 불안하다. 올 시즌 김병철을 두고 몸이 가벼워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김병철은 “올 여름부터 훈련을 굉장히 열심히 소화했다. 체력훈련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김병철에게 ‘체력’은 ‘노장’이라는 말과 함께 알레르기처럼 느껴지는 단어다. 매년 불거진 것이 바로 체력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각한 체력 난조를 겪은 것으로 평가된 지난 시즌에도 김병철은 플레이오프 포함 10경기에서나 팀에서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기록하며 평균 12.3점을 올렸다. 그것도 리그에서 공수전환이 가장 빠르기로 소문난 오리온스 소속으로 올린 기록이다. 그가 단지 노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체력 문제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실례이기도 하다. 그처럼 체력 관리를 잘하고 있는 베테랑도 없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지만 다시 한 번 더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병철은 올 시즌에도 주장을 맡았다. 벌써 6년째 주장. 언제나 코트 안팎에서 최고참이자 주장으로서 솔선수범을 보여주고 있다. 김병철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 바로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이다. KT&G전 승리 이후에도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주장 본능’이 아닐 수 없다. 오리온스의 출발은 매년 좋았지만 올 시즌이 유독 기대되는 것은 이충희 감독으로 바뀐 것만이 아닐 것이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정도를 걷고 있는 김병철이 다시 한 번 건재를 과시하고 있기에 팀 성적을 떠나 오리온스를 응원하는 팬들은 더욱 흥이 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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