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투수와 타자의 대결을 창과 방패의 대결로 부른다. 모순이라는 말은 최고의 창과 최고의 방패가 대결했을 때를 말한다. 그럼 최고의 어깨와 최고의 발이 대결을 벌이면 결과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오는 2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2007 한국시리즈’는 정규시즌 1위 SK의 ‘저격수’와 2위 두산의 ‘총알 발’의 대결로 불리울 만하다. SK는 8개구단 최고의 도루 저지율을 자랑하는 포도대장 박경완(35)이 버티고 있다. 이에 맞서는 두산은 정규시즌서 30도루 이상을 기록한 이종욱(27)-고영민(23)-민병헌(20) 등 ‘발야구 트리오’가 그라운드를 헤집고 다닌다. SK 안방을 지키는 박경완의 존재는 두산에게는 위협적인 요소다. 한화와 플레이오프에서 파죽의 3연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후 김경문 두산 감독은 ‘SK전서도 강공야구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박경완이라는 좋은 포수가 있어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고 밝힐 정도로 박경완은 두산의 걸림돌이다. 실제로 두산은 올 시즌 SK전서 ‘발야구’로 재미를 많이 보지 못했다. ‘발야구 트리오’를 앞세운 두산보다도 20개 안팎의 도루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SK가 도루수에서 앞섰다. 두산은 SK전 도루가 21개에 그친 반면 SK는 27개로 앞섰다. 시즌 전체 성적에서는 두산이 161개로 136개인 SK를 압도했다. 이 같은 결과는 포수의 도루저지율에서 비롯됐다. 두산 포수 채상병은 SK전에서 도루 저지율이 0.214에 그친 반면 베테랑인 SK 포수 박경완은 두산전 도루 저지율이 0.333에 달했다.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27개의 도루 시도에서 9개를 잡아낸 박경완은 시즌 도루저지율도 0.376도 8개구단 포수 중 최고를 마크하고 있다. 반면 2002년 프로 입문 뒤 올해 처음 주전포수 자리를 꿰찬 채상병은 시즌 도루저지율이 0.197로 박경완에 뒤지고 있다. SK를 상대로는 도루저지율(0.214)이 조금 나은 편이다. 한마디로 발야구의 대명사인 두산이 시즌 중 SK에 도루에서 밀린 데는 포수의 어깨 차이 때문이다. 이처럼 포수의 어깨 차이로 이번 한국시리즈는 ‘SK 발야구’ 대 ‘두산 작전야구’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두산은 트레이드 마크인 ‘발야구’를 추구해야만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발야구 트리오’는 물론 플레이오프에서 도루 3개를 성공시키며 새로운 ‘발야구 전사’로 합류한 김현수와 과감한 베이스 러닝을 펼친 김동주 등이 출루해서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줘야 한다. 과연 박경완의 어깨와 두산의 발 중에서 어느 쪽이 승부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인지 궁금하다. sun@osen.co.kr 박경완-이종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