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싱겁게 끝날 뻔했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는 결국 '막판까지 가게 됐다. 1승3패로 벼랑에 몰렸던 보스턴 레드삭스가 귀중한 2연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최종 7차전까지 끌고 갔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5차전을 승리하고 기사회생한 보스턴은 21일 홈구장 펜웨이파크으로 옮겨 치러진 6차전에서 12-2로 완승했다. 보스턴은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7차전 마저 잡으면 2004년 이후 3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 싱거운 한 판이었다. 사실상 '결승전'으로 여겨졌던 이날 경기는 초반 터진 보스턴의 큰 것 한 방이 모든 것을 갈랐다. 1회말 선두 더스틴 페드로이아, 케빈 유킬리스의 연속 내야안타와 볼넷으로 만든 무사 만루. 믿었던 매니 라미레스가 헛스윙삼진, 마이크 로웰은 우익수 플라이에 그쳐 기회가 무산되는 듯했다. 그러나 보스턴에는 J.D. 드루가 있었다. 타석에서 침착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드루는 클리블랜드 선발 파우스토 카모나를 상대로 볼카운트 1-3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밀어내기를 허용할 수 없었던 카모나는 모두가 예상한 한 가운데 직구를 구사했고, 드루의 배트는 번개처럼 돌았다. 방망이 중심에 강타당한 공은 보스턴의 밤하늘을 가르며 중견수 뒤쪽 펜스를 살짝 넘었다. 그랜드슬램. 투수전이 예상됐던 경기에서 1회 4득점은 경기 진행방향을 일방적으로 흐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클리블랜드는 2회초 빅토르 마르티네스의 우월 솔로포로 1점을 따라붙었으나 더 이상 추격할 힘을 이미 잃었다. 3회말이 시작되자 보스턴 타선은 봇물이 터졌다. 흔들린 카모나로부터 라미레스, 로웰이 연속 볼넷을 얻자 드루는 중전 적시타로 1점을 얹었고, 1사 1.3루에선 제코비 엘스버리의 좌전안타, 훌리오 루고의 2타점 2루타, 유킬리스의 그린몬스터에 직접 맞는 적시타가 줄줄이 이어진 것. 보스턴이 3회에만 6점을 추가하자 스코어는 10-1로 벌어졌고, 승부는 이대로 끝이었다. 8회 3안타로 얻은 2점은 승리를 재확인하는 쐐기점일 뿐이었다. 큰 경기에서 강한 보스턴 선발 커트 실링을 클리블랜드는 끝내 공략하지 못했다. 2회 마르티네스의 홈런, 7회 자니 페랄타의 희생플라이로 1점씩 얻었을 뿐 초반 크게 벌어진 점수차 탓에 힘없는 졸공으로 일관했다. 실링의 이날 기록은 7이닝 6피안타 2실점. 1선발 조시 베켓과 함께 보스턴을 7차전까지 살려놓은 주역이었다. 이에 반해 뉴욕 양키스와의 디비전시리즈서 기가 막힌 투구를 선보인 파우스토 카모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불과 2이닝 동안 6피안타 7실점으로 조기강판의 수모를 당하며 패전의 덤터기를 써야 했다. 보스턴 타선에선 5타수 3안타 5타점을 기록한 드루와 4타수 3안타 1타점의 유킬리스가 돋보인 가운데 4번 라미레스와 7번 제이슨 베리텍을 제외한 선발 전원이 안타를 기록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대패한 클리블랜드는 이제 7차전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커졌다. 반대로 심리적 여유를 가지게 된 보스턴은 한결 편안한 상태에서 끝장 승부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제이크 웨스트브룩이 선발로 나서는 7차전은 22일 오전 9시에 시작한다. 여기서 이긴 팀이 25일부터 콜로라도를 상대로 올메이저리그 패권을 가리는 7전4선승제의 월드시리즈에 참가한다. workhorse@osen.c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