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두고 지난 21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은 김성근-김경문 양 감독의 골이 생각보다 깊다는 심증을 굳힌 자리였다. 김경문 두산 감독이 홍성흔과 나타나자 김성근 SK 감독은 "선배를 기다리게 해"라며 웃으며 조크했지만 악수를 나눌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김경문 감독도 허리를 약간 숙이는 정도였다.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때 김인식 한화 감독에 90도로 숙이며 절했던 장면과 오버랩됐다. 두 감독은 시종 자신감있는 어투로 평상심을 가장했지만 주고받은 말은 날이 서 있었다. 압권은 두산 에이스 리오스의 부정 투구 유무에 관한 질문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플레이오프 때 보니까 한 번 (투구폼으로 타자 타이밍을 빼앗는 기만 행위가) 있었고 나머지는 괜찮았다. 리오스가 1차전 때 고동진(한화)이 타임을 부르자 몸쪽에 던지던데 그런 건 좀 껄끄럽지 않나 봤다. 어긋난 부분이 있으면 어필할 것이고, 없으면 매끄럽게 야구할 것이다"라고 언급, 어필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그러자 김경문 감독은 "어필이 없으면 최고로 좋겠지만 만약 (SK에서 항의가) 나오면 우리도 상대 투수 쪽에 어필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타자 박재홍도 지적할 수도 있다. 실력 대 실력만 생각하지 어필은 생각 안 한다"라고 받아쳤다. 김 감독의 말 속엔 '문제 삼자고 달려들면 털어서 먼지 안 날 선수 없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한마디로 'SK가 하는 것을 봐서 대응하겠다'는 경고로 들렸다. 즉 김경문 감독이 상대적 관점, 바꿔 말해 심리전술로 리오스 건을 바라본다면 김성근 감독은 욕을 먹더라도 아니다 싶으면 지적한다는 원칙에 근거해 임하겠다는 자세다. SK의 1차전 선발로 내정된 레이번에 대해서도 양 감독의 이런 시각차는 존재한다. 김경문 감독이 레이번의 몸쪽볼을 두고 '위험한 야구를 하는 투수'라 못마땅하게 여긴다면, 김성근 감독은 '타자를 맞히려고 작정하고 던지는 것도 아니고, 룰에 어긋나지 않으니까 아무 문제없다. 오히려 타석에 바짝 붙는 두산 타자들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관점이다. SK와 두산의 팀 컬러는 흡사하지만 양 감독이 야구를 바라보는 안목은 이렇게 거리가 있다. 더구나 한국시리즈 첫우승이란 일생일대의 기회에서 마주쳤기에 더욱 첨예하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