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희의 오리온스, '높이'의 팀으로
OSEN 기자
발행 2007.10.22 14: 31

[OSEN=이상학 객원기자] 대구 오리온스는 지난 시즌까지 ‘3김(金) 시대’였다. 김진 감독-김승현-김병철의 존재는 2001-02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무려 6시즌 연속으로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오리온스는 통합우승 1회, 정규리그 우승 2회, 4강 진출 4회, 6강 플레이오프 진출 6회라는 화려한 업적을 쌓았다. 화려한 성적만큼이나 플레이도 화려했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폭발적인 속공과 공수전환으로 고득점 게임을 펼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끝으로 김진 감독이 서울 SK로 떠나면서 오리온스에도 일대 변화가 일어났고 그 중심에 바로 새롭게 부임한 이충희 감독이 있었다. 과거 창원 LG 시절 수비농구로 명성을 떨친 바 있는 이충희 감독은 오리온스에서 ‘때리고 부수는’ 공격농구를 선언했다. 첫 프로 지휘봉을 잡은 1997년 당시 LG와 달리 오리온스에는 김승현·김병철·정재호·오용준 등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감독의 부임과 함께 오리온스에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건진 ‘혼혈 귀화선수’ 이동준도 있었다. 특히 이동준은 전희철의 이적 이후 오리온스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이 된 스몰포워드 포지션과 함께 높이의 약세를 만회할 카드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오리온스는 개막 2연승으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18일 울산 모비스와의 공식 개막전에서는 92-83, 20일 안양 KT&G전에서는 78-68로 승리했다. 2경기 모두 막판에 추격을 받으며 고전했지만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잃지 않으며 비교적 손쉽게 따낸 승리들이다. 이제 겨우 2경기를 치렀지만, 평균 85.0득점-75.5실점으로 두 부문에서 나란히 2위에 올랐다. 평균 득실점 마진은 전체 1위에 빛나는 +9.5점. 공수 밸런스가 무릎을 칠 정도로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평균 리바운드 마진도 5.5개로 전체 1위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오리온스가 높이의 농구를 구사했다는 점이다. 평균 리바운드 마진이 많다는 것만으로 높이의 농구를 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리온스는 개막 2경기에서 3점슛 시도가 30회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대신 2점슛 공격이 98회로 서울 삼성(108회) 다음으로 많았다. 그렇다고 속공 위주의 공격을 펼친 것도 아니었다. 스피드의 팀으로 변모한 삼성이 13개의 속공을 성공시킨 반면 오리온스의 속공은 7개밖에 되지 않았다. 김승현이 빠진 KT&G전에서는 속공이 하나밖에 없었다. 이미 모비스전부터 속공에서 무리한 공격보다는 안정된 골밑 공격으로 높이의 농구를 펼쳤다. ‘외국인 듀오’ 리온 트리밍햄과 로버트 브래넌이 지속적으로 골밑을 공략했고, 이동준도 외국인선수가 한 명만 뛰는 2~3쿼터에 높이에 힘을 보탰다. 특히 이충희 감독은 모비스와의 공식 개막전에서 이동준과 함께 정통센터 주태수까지 동시에 코트에 투입하며 높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했다. 빅맨들끼리 플레이 동선이 겹치는 등 부작용도 있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실험이었다. 비록 김승현이 허리부상으로 빠진 KT&G전에서 외곽포에 다시 의존해야 했지만 김승현이 복귀하면 기존의 속공은 물론 빅맨들을 활용한 높이의 농구를 보다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오리온스가 속공에서 외곽포로 승부하는 경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우선 확률 높은 골밑을 먼저 공격하는 정석적인 농구를 주문했다”며 “아직 외국인선수를 교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손발이 조금 안 맞는 데 경기를 하면서 점점 나이지리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나란히 개막 2연승하며 공동선두에 랭크된 창원 LG와의 23일 대구 홈경기 대비책에 대해서도 “우리가 신장이 큰 선수들에서 LG에 우위가 있으니 정석적인 포스트 공격을 많이 할 것”이라며 역시 높이의 농구를 강조했다. 그동안 스피드로만 대변되던 오리온스의 팀컬러에 이제 높이라는 새로운 컬러가 덧칠되는 날도 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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