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타자 싸움에서 결판났다. 22일 인천 문학경기장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1차전은 톱타자 싸움에서 성패가 갈렸다. 두산 이종욱은 4타수 2안타 2도루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SK는 이종욱의 발에 농락을 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SK 정근우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나가지 못했으니 도루도 없었고 득점도 없었다. '발대발 시리즈'로 불리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두 톱타자는 단연 키플레이어로 꼽혔다. 타율 3할대의 깔끔한 타격과 선구안으로 출루율이 높고 빠른 발을 앞세운 화려한 주루플레이 등 스타일이 비슷하다. 역시 예상대로 1차전은 두 톱타자의 활약도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종욱은 1회초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고영민의 우중간 2루타 때 가볍게 홈을 밟았다. 도루 대신 상대 배터리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3회에서는 2루수 실책으로 출루, 첫 도루를 성공시키고 김현수의 2루땅볼 때 3루까지 진출했다.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SK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장면이었다. 두 번째 득점은 기어코 이종욱의 발에서 나왔다. 1사후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또다시 도루에 성공했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김동주의 2루 베이스 뒤에서 잡히는 짧은 2루수 플라이 때 쏜 살 같이 홈을 파고들었다. 정경배가 역모션으로 잡았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였다. 아무도 시도하지 못할 상황에서 의표를 찔렀고 승기를 잡았다. 반면 SK 톱타자 정근우는 1회말 중견수 플라이, 3회말 2사1루에서 유격수 땅볼, 6회말 1사1루에서 유격수 플라이, 8회말 2사2루에서는 중견수 플라이로 각각 물러났다. 두산 선발 다니엘 리오스의 위력적이고 공격적인 피칭에 힘을 쓰지 못했다. 톱타자가 출루하지 못한 SK는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무력하게 무너졌다. sunny@osen.co.kr 이종욱-정근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