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이상학 객원기자] SK 외국인 에이스 케니 레이번(33)이 결정적인 무대에서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레이번은 지난 2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5피안타 4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으나 9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둔 두산 다니엘 리오스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 김성근 감독이 기대한 '가을 에이스'의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32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한 레이번은 17승8패 방어율 3.27을 기록하며 SK의 에이스 노릇을 해냇다. 8월초 갑작스런 슬럼프에 빠지며 2군에도 다녀오는 등 기복 잇는 피잉으로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지만 레이번만큼 선발투수로서 꾸준한 피칭을 한 투수도 SK에는 없었다. 팀 내서 가장 많은 투구이닝(184⅔)을 소화한 투수가 바로 레이번이었다. SK에서 유일하게 선발로만 전경기를 등판한 투수이기도 했다. 선발투수의 투구내용이 좋지 않으면 사정없이 불펜으로 돌리는 것을 꺼리지 않는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레이번은 에이스 대우를 받은 셈이다. 물론 가을 에이스로서 자각을 일깨워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레이번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전혀 에이스에 어울리지 않는 피칭으로 팀과 팬들에 실망을 안겼다. 경기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1회초 두산 톱타자 이종욱에게 좌전안타를 맞으며 출루를 허용하더니 3번 타자 고영민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헌납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역전 승부가 단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SK에는 결코 좋지 못한 징조였다. 게다가 2회부터 6회까지 레이번은 매회 주자를 출루시키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리오스가 9이닝 동안 4차례나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하는 등 특유의 속전속결 피칭을 펼친 것과 더욱 대조됐다. 리오스는 이날 9이닝 동안 투구수 99개를 기록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 투구수 완봉승. 탈삼진은 단 2개에 불과했다. 한화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처럼 철저하게 범타를 유도하는 피칭으로 SK 타자들을 손쉽게 요리하면서 투구수를 줄였다. 제3의 구종이었던 싱커와 서클체인지업을 거의 던지지 않은 대신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자신감 있게 승부했다. 그러나 레이번은 6이닝 동안 투구수를 무려 109개나 마크했다. 직구와 슬라이더에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섞었지만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다. 볼넷 4개가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잦은 출루 허용으로 득점권 상황이 많아지자 신중한 피칭만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투구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최고 시속 150km 직구는 리오스와 똑같았지만, 자신감과 제구력에서 극과 극을 이뤘다. 리오스가 페넌트레이스에서 SK를 상대로 5경기에서 4승1패 방어율 0.23으로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친 반면 레이번은 두산을 상대로 역시 5경기에서 2승2패 방어율 5.08로 부진했던 기억이 결과적으로 크게 작용한 모습이다. 이래저래 SK로서는 진정한 '가을 에이스'의 모습을 기대하고 데려온 레이번에게 실망을 금할 수 밖에 없던 1차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