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가 지나도 스피드가 안 떨어지더라". 김성근 SK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 패배를 어느 정도 계산에 넣은 듯 보였다. 경기 전부터 기자들에게 "1차전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김 감독의 수읽기도 엇나간 대목이 하나 있었다. 두산 에이스 리오스의 스태미너가 그것이었다. 정규시즌 성적(4승 1패 평균자책점 0.24, 35이닝 연속 무자책)을 감안하면 리오스가 9이닝 4피안타 무실점 셧아웃을 해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김 감독은 여긴 듯했다. 중반 이후 이기는 불펜진을 가동하지 않고, 고르게 투수들의 컨디션과 실전 감각을 테스트하는 계투책을 시도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리오스가 7회 이후에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은 부분은 천하의 김 감독도 적잖이 곤혹스러운 모양이었다. 1차전 0-2 패배 직후 김 감독은 "못 친 것이 패인이다. 리오스 공을 후반에는 칠 수 있지 않나 싶었는데 7회 넘어가도 스피드가 안 떨어지더라"고 말했다. 리오스는 9회까지 99구를 던졌는데 직구 일변도의 공격적 피칭으로 일관했다. SK 타자들은 직구란 것을 예측하고서도 방망이가 밀렸다. 빠른 카운트에서 스윙한 것이 잘못됐다기 보다는 리오스의 공이 워낙 좋았다. 3루 베이스 한 번 밟아보지 못했다. 1차전 패배에도 김 감독은 그다지 충격받지 않은 듯 비쳤다. 한국시리즈를 장기전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6차전 이상 흘러가면 리오스의 힘도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낙관도 곁들여 있을 것이다. 그러나 1차전만 봤을 때 리오스는 싱싱했다. 4차전과 7차전에 가서도 힘이 떨어질 기미는 안 보였다. 김성근 감독이 리오스를 두고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니 여러 가지 고민이 함축된 촌평인 것 같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