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형 프로축구의 이상적 모델이 될 수 있는 '승격-강등'제도는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팬들은 한시라도 빨리 승강제가 안착되길 희망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무엇보다 2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에 속한 12개 구단 중 울산 현대미포조선과 안산 할렐루야, 이천 험멜 등 일부 구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팀들이 의지가 없다. 대부분 관련 규정 등 제도적 문제에 부딪혔다. 창단 가입비와 같은 재정적인 문제는 그 외의 사안이다. 팀 상당수가 공기업 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데 현 제도에선 개별적 수익사업을 벌일 수가 없다. 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충당할 수 없는데 구태여 무리해서까지 프로화를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들 구단들의 입장이다. 더구나 일부 팀들은 아예 구단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힘들게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우승하고도 K리그 승격을 거부한 고양 KB처럼 올 시즌 리그를 석권해도 승격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한 구단 관계자는 "현 스포츠산업법에선 우리 구단이 자립하기 어렵다"고 승격 거부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없어 팀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서 "몇몇 구단은 급여조차 제대로 주지못해 선수들이 이탈하는데 굳이 허울좋은 승강제를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K리그 구단들이 내셔널리그 팀들의 승격을 썩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경기수가 많은 편인데 2군조차 운용할 수 없는 적은 숫자로 근근히 꾸리는 팀은 재정난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아직 시기를 가늠할 수 없지만 승격 이후 시행될 강등제에서 성적 부진으로 내셔널리그로 내려가야 할 경우 파생될 결과도 고려해야 한다. 지방 프로구단 관계자는 "굵직한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팀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성적이 나빠서 2부로 내려가라면 팀 운영에 열의를 보이겠느냐"며 "팀 해체가 아니면 다행"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또다른 구단 관계자도 "승격과 함께 강등제도 도입돼야 하는 것은 옳다"는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하지만 팀 운영을 기업 마케팅 차원에서 하는 구단들의 의사도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내셔널리그나 K리그나 승강제에 크게 관심이 없는 셈. "외국 눈치를 보지 말고, 우리축구의 문화와 특성을 잘 살려 리그를 운영해야 한다"는 축구계 일각의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