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29년 묵은 징크스'에 전전긍긍
OSEN 기자
발행 2007.10.24 04: 32

[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창단 첫 월드시리즈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콜로라도 로키스에 '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다름 아닌 미국 스포츠맨들이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어하는 'SI 징크스'에 직면했다. 그것도 30여년 전의 일을 들춰내 콜로라도 선수단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콜로라도의 간판타자 토드 헬튼은 얼마전 정체 불명의 발신인으로부터 소포꾸러미를 받았다. 우편물을 풀어보자 안에는 1978년 3월20일자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50여부가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문제는 당시 SI의 커브를 장식한 인물이 클린트 허들 현 콜로라도 감독이라는 것. 스포츠 전문 주간지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SI 표지에 사진이 실린 인물은 큰 영광인 동시에 '저주의 시작'이라는 게 미국 스포츠계의 불문율이다. SI에 표지 모델로 등장한 뒤 잘 나가던 선수 및 구단이 추락한 사실이 여러차례 있어 대사를 앞둔 인물은 가급적 이 자랑스런 위치를 포기하고 싶어한다.
허들 감독이 최근 SI 커버를 장식한 적은 없다. 올 시즌 후반이 될 때까지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탓에 '화제의 인물'이 될 만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헬튼에게 소포를 부친 인물은 어떻게 찾았는지 허들의 젊은 시절 얼굴이 대문짝 만하게 실린 29년전 잡지 수십부를 구해 전달한 것이다. 콜로라도의 우승을 바라지 않는 인물의 행동으로 보인다. 당시 SI는 '올해의 유망주' 가운데 빅리그 입성이 가장 유력한 인물로 허들을 꼽았다. 표지에는 캔자스시티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는 허들의 전면 사진이 게재돼 있었다.
놀란 헬튼은 이 사실을 허들에게 보고했지만 허들은 애써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개인적으로 몇 가지 미신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사건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오히려 발간된지 한참 지난 잡지가 지금도 버젓이 유통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번 일 말고도 당시 SI를 들고 나타난 인물이 50명은 된다"면서 "도대체 이것들을 어디서 구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혀를 찼다.
그렇지만 허들이 SI징크스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헬튼이 내게 잡지를 가지겠느냐고 했지만 거절했다"면서 "내 아버지와 여동생들은 당시 잡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단 한 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해 가급적이면 징크스와 떨어져 있고 싶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1977년 19세의 나이에 빅리그 데뷔한 허들은 이듬해 풀시즌을 소화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캔자스시티를 거쳐 신시내티, 뉴욕 메츠, 세인트루이스에서 활약한 그는 빅리그 10시즌 통산 타율 2할5푼9리 32홈런 193타점을 기록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 2002년 콜로라도 감독에 부임한 허들은 올해까지 6년 동안 442승을 거뒀다. 감독을 맡은 이 후 한 번도 지구 3위 이상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막판부터 기적같은 연승행진을 벌이며 월드시리즈 진출이라는 기쁜 순간을 맞았다.
큰 일을 앞두고 맞닥뜨린 29년전의 '징크스'도 간단히 뛰어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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