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수의 난'은 한국시리즈서도 계속된다
OSEN 기자
발행 2007.10.24 08: 47

[OSEN=인천, 이상학 객원기자] '이대수의 난'이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산 유격수 이대수(26)는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지난 17일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회초 조원우의 타구를 병살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1루 주자 고동진과 충돌하며 왼쪽 무릎 인대가 손상되는 부상을 당한 후유증이 남아있다. 결국 한국시리즈 1차전에도 결장했다.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0타수 6안타, 타율 6할·2타점·2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른 데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친정팀' SK를 상대로 매우 강한 면모를 보인 이대수였기에 부상이 더욱 아쉬웠다. 하지만 이대수는 지난 23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7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출장했다. 김경문 감독은 마지막까지 고심을 하다 결국에는 이대수를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이대수의 경기출장 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대수의 2차전 선발 라인업 복귀에는 기대도 많았지만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이대수가 주위의 우려를 기대로 실현시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차전에서 주된 임무라 할 수 있는 수비에서는 물론 타격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제 몫을 해내며 다시 한 번 이대수의 난을 일으킨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6회초. 3-3으로 팽팽히 맞선 두산의 6회초 2사 2·3루 기회가 이대수에게 걸렸다. 바로 전 타자 최준석이 삼진으로 물러난 상황이라 이대수의 부담이 더욱 컸다. 이대수는 1구와 2구 모두 스트라이크였지만 그대로 흘려보내 절대적으로 불리한 카운트로 몰렸다. 하지만 3개의 볼을 골라내 기어이 풀카운트까지 갔다. 그리고 7구째 바깥쪽 슬라이더를 방망이 끝에 맞혔다. 허리가 살짝 빠졌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결대로 공을 밀었다. 타구는 중견수 앞에 떨어진 결승 2타점 적시타가 됐다. 이대수는 1루에서 트레이드마크가 된 어퍼컷 세러머니를 펼치며 포효했다. 이어 후속 타자 채상병의 2루타 때 홈으로 내달려 쐐기 득점까지 올렸다. 홈으로 쇄도할 때 다시 한 번 무릎을 접지르며 쓰러졌지만 이내 불사신처럼 일어섰다. 승부의 거대한 물줄기가 두산으로 넘어오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게다가 수비에서도 이대수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히 2-2 동점이었던 4회말 1사 3루에서 SK 박경완의 3-유간을 가르는 좌전안타성 타구 때 몸을 날려 건져낸 후 3루 주자를 묶어둔 채 1루로 정확히 송구해 타자 주자를 잡아냈다. 전진수비를 한 가운데 총알처럼 날아온 타구를 잘 처리한 것이라 더욱 고무적이었다. 이대수는 앞서 3회말에도 1루 주자 조동화의 슬라이딩에 무릎을 찍히는 고통에서도 이진영을 병살로 처리하는 등 집중력을 발휘했다. 무릎 부상의 여파로 좌우 움직임 폭이 크게 줄었지만 집중력으로 모든 것을 커버하는 순간이었다. 공수에 걸친 순도 만점의 활약은 그를 당당히 2차전 MVP에 올려놓았다. 이대수는 "SK가 친정팀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고 재밌고 즐겁게 경기를 했다"며 "몸 상태는 좋지 않지만 아파도 계속해 뛸 것이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큰 경기에 뛰어 보겠나. 아파도 무조건 뛰어야 할 상황"이라며 직진하는 악바리다운 모습으로 전의를 다졌다. 또한 한화 고동진으로부터 사과 전화를 받았다는 이대수는 "내가 슬라이딩을 못 피한 탓이다. 야구를 하다보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앞으로 주자들의 슬라이딩을 잘 피할 수 있는 기술을 키워야겠다"며 성숙된 모습까지 보였다. 두산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보석 같은 존재가 바로 이대수다. 반면 SK에 이대수는 재앙과도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지난 4월 29일 나주환을 영입하며 이대수를 두산에 내준 SK는 공교롭게도 이후 두산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트레이드 전까지 두산에게 3전 전승을 거둔 SK는 이후 5승10패로 약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6월16~17일에는 문학 홈경기에서 연이틀 이대수에게 뼈아픈 결승타를 맞으며 분루를 삼킨 바 있다. 얄궂게도 그 악연이 한국시리즈에서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SK의 속은 더욱 쓰리다. SK로서는 남은 한국시리즈에서 이대수와 반란군들이 벌이는 난을 진압하는 것이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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