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3일)은 감이 온다". 지난 23일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리기 전 문학구장 1루 덕아웃. 프로야구 선수 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입담을 자랑하는 이호준(31)이 이날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공언했다. 1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이호준은 "사실 어제는 조금 긴장했다. 볼이 흐릿하게 보였다"고 말하며 "오늘은 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SK의 1회말 공격. 선두 타자 정근우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뒤 조동화가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조동화는 이진영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했으나 아쉽게도 아웃되고 말았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진영이 볼넷을 골라 1루 베이스를 밟았다. 타석에는 4번 이호준. 이호준은 두산 선발 맷 랜들과 볼 카운트 1-0에서 2구째 바깥쪽 직구(136km)를 그대로 밀어쳤다. 예감이 적중했던 것 일까. 타구는 오른쪽 펜스를 넘는 선제 투런 아치(비거리 105m). 이호준은 두 손을 번쩍 들며 기쁨을 표현했다. 녹색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고 홈을 밟은 뒤 덕아웃에 들어오자 동료들의 짓꿎은 축하 세례 속에서도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3회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됐으나 6회 선두 타자로 나서 두 번째 투수 이승학을 상대로 좌전 안타를 뽑아냈다. 그러나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좌익수 플라이로 체면을 구겼다. 이날 경기에서 팀이 3-6으로 아쉽게 패했으나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잃어버린 타격감을 되찾기 시작한 이호준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