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머니볼 이론과 함께 몰락하나?
OSEN 기자
발행 2007.10.24 15: 29

SK, 머니볼 이론과 함께 몰락하나?.
이제는 거의 야구의 지배 패러다임처럼 자리를 잡은 머니볼 이론은 '출루율과 장타율이 높은 팀이 비용 대비 최고 효율을 낼 수 있다'는 복음을 담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케이블 ESPN은 타격 데이터의 기초 자료로 기존의 타율-홈런-타점 외에 따로 OPS를 표시하고 있을 정도다.
세계적 시사주간지 는 출루율+장타율의 합을 의미하는 OPS를 '야구의 매직넘버'라고 수식하기까지 했다. OPS가 세이버 매트리션의 전유물에서 일반 야구팬들과 주류 언론까지 퍼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마이클 루이스의 명저 을 통해서였다.
책의 주인공인 빌리 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은 통계에 근거한 머니볼 이론을 현실 야구에 접목시켰지만 그 반대로 어떤 데이터는 철저히 배격했다. 그 대표적인 세 가지가 도루와 클러치 히팅 능력 그리고 투타 좌우 매치업의 불신이라고 집약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김성근 감독의 SK는 도루를 중시하고 극단적이라 할 정도로 좌우 투타 매치업을 신봉하기에 머니볼 이론과 정면 대치한다. 그렇지만 SK의 시즌 OPS는 전체 1위였다. 장타율은 유일하게 4할(.403)이 넘었고, 출루율도 1위 두산과 단 2리밖에 차이나지 않는 3위(.341)였다.
실제로 SK는 팀 타율은 현대와 롯데, LG에 뒤졌지만 팀 득점은 압도적 1위(603점)였다. 김성근 감독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머니볼 이론과 부합되는 결과였다.
그러나 막상 한국시리즈에 들어와서 SK는 두산 상대로 2연패로 몰리고 있다. 빌리 빈 단장이라면 "재수가 없었을 뿐"이라고 했을 테지만 두산엔 있는데 SK엔 없었던 것이 분명히 존재했다. 클러치 능력이 그것이었다.
지난 23일 2차전서 SK는 1회 이호준의 2점홈런으로 기세를 올렸고 2회 투아웃 2,3루 찬스를 잡았다. 흐름상 여기서 한 방이 터졌으면 경기는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SK 1번타자 정근우는 맥없는 1루수 플라이로 아웃됐고, SK는 3회초 투아웃 후 고영민에게 2점홈런을 맞고 흐름을 놓쳤다. SK와 대조적으로 두산의 이대수는 3-3으로 맞서던 6회초 투아웃 2,3루에서 승기를 가져오는 우전 적시타를 쳐냈다. 행운도 끼어 있었지만 어쨌든 정근우보다는 훨씬 제대로 맞힌 타구였다.
야구는 '얼마나 많이 못지않게 언제'가 중요한 종목이다. 그런데 SK는 얼마나 많이는 탁월해도 언제에서 병목 현상이 연발되고 있다. 머니볼 이론으로 풀 수 없는 난제다. 머니볼을 추종하는 테오 엡스타인이 단장으로 있는 보스턴이 오클랜드와 달리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미스터 클러치' 데이빗 오르티스가 있었던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2007시즌 통계상 가장 완벽한 팀인 SK에 '해결사'는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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