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노, '초구 78.3% 스트라이크'로 승리
OSEN 기자
발행 2007.10.25 22: 06

[OSEN=이상학 객원기자] 빛나는 디딤돌이었다. SK 외국인 투수 마이크 로마노(35)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화려하게 빛을 발했다. 로마노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92구를 던지며 4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1실점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3차전 SK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로마노는 당당히 선발승과 함께 3차전 MVP에 선정되며 자신의 가치를 재입증했다. 절체절명의 3차전에서 로마노를 내세은 SK는 걱정이 먼저 앞선 것이 사실이었다. 2차전에서 채병룡을 선발로 내세운 것에서부터 로마노에 대한 신임이 크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었다. 올 시즌 로마노는 32경기에서 12승4패 방어율 3.69를 기록했지만 딱 기본치였다. 한때 들쭉날쭉한 피칭과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코칭스태프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두산을 상대로도 3경기 1패 방어율 5.40을 기록하는 데 그친 로마노였다. 하지만 3차전에서 로마노는 완벽하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6회말 이종욱과 고영민에게 안타를 맞으며 1실점한 것이 말 그대로 옥에 티였다. 삼자범퇴 처리한 3~4회를 제외하면 매회 주자를 내보낸 로마노였지만, 공격적인 피칭으로 두산 타자들의 달아오른 방망이를 잠재웠다. 이날 로마노가 던진 92개의 공 가운데 볼은 30개였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무려 67.4%.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었다. 타자 23명을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18차례나 잡았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78.3%에 달했다. 그동안 로마노는 불안한 컨트롤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올 시즌 9이닝당 볼넷이 4.12개였다. 하지만 이날 볼넷은 5회말 이대수에게 기록한 스트레이트 볼넷이 전부였다. 게다가 그 스트레이트 볼넷을 빼면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1회말 김동주와의 풀카운트가 유일한 불리한 카운트였지만, 결과는 2루 내야플라이였다. 그만큼 피칭이 공격적이었으며 제구도 좋았다. 140km대 중반의 힘 있고 빠른 공에다 슬라이더·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던진 로마노에게 제구력 향상은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었다. 다혈질로 유명한 로마노는 이날 3차전에서는 마인드 컨트롤도 잘 된 모습이었다. 2회말 1사 후 2루수 정경배가 실책을 저질렀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평정심을 잃지 않은 채 후속 타자 이대수를 곧장 병살타로 처리, 병살 플레이를 엮은 1루수 이호준에게 하이파이브를 펼치며 팀 분위기까지 고취시켰다. 이래저래 불안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로마노 카드’가 결과적으로 벼랑 끝에 내몰릴 뻔한 SK를 구해내는 순간이었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