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니그로리그의 전설이자, 흑인 야구인들의 '큰 할아버지'였던 벅 오닐이 드디어 쿠퍼스타운에 입성하게 됐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25일(한국시간) 오닐이 생전 야구계에 미친 공로를 인정해 그의 이름을 딴 '벅 오닐 평생 공로상'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를 기념해 쿠퍼스타운에는 그의 동상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번 공로상 제정은 어떻게든 오닐을 명예의 전당에 포함시켜야 했던 미 야구게의 고뇌의 산물이다. 오닐은 지금은 전설이 되어 버린 니그로리그의 스타플레이어이자 명장 출신으로 니그로리그의 비공식 홍보대사로 불릴 만큼 니그로리그 명예 회복에 큰 힘을 쏟았다. 문제는 오닐이 명예의 전당 헌액을 이루지 못한채 지난해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것. 니그로리그를 새롭게 조명해야 했던 명예의 전당 측은 당시 활약한 여러 선수와 관계자들을 일괄 헌액시키기 위해 지난해 특별 투표를 실시했으나 정작 '니그로리그의 대부' 오닐이 단 2표 차이로 탈락하는 사건이 벌어져 미 야구계가 충격에 빠졌다. 의도치 않은 결과를 얻은 명예의 전당은 오닐을 합법적으로 쿠퍼스타운에 기념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특별 위원회까지 구성했다. 버드 실릭 커미셔너를 비롯해 명 2루수 출신인 조 모건, 야구에 대한 식견이 대단한 방송인 밥 코스타스, 페이 빈센트 전 커미셔너 등이 한 자리에 모여 묘안을 찾기 위해 궁리했다. 그 결과 제정된 것이 '벅 오닐 평생 공로상'이다. 명예의 전당 측은 한 평생 야구를 위해 큰 일을 한 인물들에게 오닐의 이름을 딴 이 상을 주기로 했다. 오닐은 비록 '헌액'의 영광을 얻지 못했지만 자신의 이름이 포함된 공로상이 제정되면서 무덤 속에서나마 명예를 회복한 것이다. 재키 로빈슨이 장벽을 넘은 1947년까지 메이저리그는 백인의 전유물이었다. 재능이 있는 흑인들은 타고난 피부 색깔 때문에 메이저리그 진출이 불가능했고, 이들은 대신 니그로리그라는 이름의 자체 리그에서 야구를 했다. 오닐은 니그로리그 최강인 캔자스시티 모낙스에서 선수와 감독 생활을 했다. 통산 800∼1000개의 홈런을 친 것으로 여겨지는 전설의 홈런왕 조시 깁슨, 50이 넘어 빅리그 데뷔한 새철 페이지, 그리고 메이저리그 진출 전 로빈슨 등과 함께 생활했다. 당시 이들의 얘기는 1994년 미국 PBS TV에서 방영한 9부작 다큐멘터리 '베이스볼'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다큐멘터리 전문 감독 켄 번스가 제작을 맡은 베이스볼은 5편 '그림자 리그'에서 니그로리거들의 애환과 활약상을 오닐 등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과 자료화면을 통해 생생히 소개했다. workhorse@osen.co.k
